< 앞 못 보는 목사의 복된 이야기 >
교회를 개척한 지 7년 만에 하나님께서는 비록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예배당을
짓는 은혜를 저에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건평 41평이니 작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랍니다.
작은 건물이라고 해서 짓는 것이 그만큼 수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설계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벽돌 한 장을 쌓더라도 작다고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건축이었습니다. 큰 건물이든 작은 건물이든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교회의 정문을 어디로 할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벽돌의 색깔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지붕의 재질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 등등 순간순간마다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결정하여 시행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건축의
생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 마치 인생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축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리면 그나마 쉬웠을 텐데, 건축비 절감을 위하여
건축에 관계하시는 인근 교회의 장로님 도움을 받아 직접 건물을 지었던 것입니다.
힘이 좀 들어도 수고한 만큼 마음은 기뻤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결정을 하면 발로 뛰고 눈으로 살피고 물건을 사 오고
하는 일은 제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기쁨으로, 사명으로 알고 뛰어다니는 아내를
보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교회를 이전하면서 교회의 이름을 강변 교회 에서 함께하는 교회 로
바꾸었습니다.
어느 날, 바깥에서 일을 보던 아내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는 교회 팻말을
제작하면서 교회 이름 위에 간단하게 글을 써 넣는 것이 좋은데, 어떤 내용을 쓰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간판을 제작하는 가게에서 전화를 걸어 온 것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평소 생각했던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함께함이 사랑입니다.
아내는 좋다고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치켜세워
주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당장 카피라이터로 나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이지요.
누가 천생연분이 아니랄까 봐......
한마디로 함께한다는 것 은 사랑입니다. 함께하지 않고서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부부는 함께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는 함께합니다. 몸도 함께하고, 마음도
함께하고, 감정도 함께하고, 생각도 함께하고, 느낌도 함께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소외가 있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따돌림이 있는 것도 사랑이 아닙니다. 버림이 있는
것도 사랑이 아닙니다. 차별과 구별이 있는 것도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세상의 고통과 슬픔과 어려움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기에 함께하는 교회 로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교회 는 작은 교회지만 시각 장애 목사가 목회를 하는 곳이니
장애인 가족을 환영한답니다. 또한 장애인과 함께 신앙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귀하게 맞이한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른 분이셨으나, 사람의 형체를 입고 사람과 같이
되셔서 사람이 느끼는 목마름과 굶주림과 슬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셨습니다. 심지어
죄인과 같이 되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철저하게 사람과 같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러한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이
있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충만한 곳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온 세상이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장 6절∼8절)
함께가는 교회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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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함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