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18) -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고 앞을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알고 싶어 하지만 미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에게 주워진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교 사역을 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녹록지 않았습니다. 나는 시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나의 핸디캡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한적인 범위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으며, 나의 단점으로 여겼던 것이 시각장애인 선교에는 장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다양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것을 하려다 보니 결과물은 없게 되고 환경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불평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만일 일에 성과가 없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과연 낸가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내딛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예기치 못했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16일은 그 어느 날보다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중도 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시작한지 만 4 년째 됨을 기념하는 자리로 송년 모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상담자과 내담자가 모여 조촐하게 송년모임을 하려고 하다가 상담에 참여했던 회원들을 초대하기로 하여 30 여명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송년회에서는 한울예술단 단원들의 공연이 있었으며, 조윤희 집사는 자신이 만든 곡을 노래를 불렀는데 회원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었습니다.
조 집사는 교통사고로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음에도 장애에 굴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시와 노래를 만드는 끼가 있는 재주꾼으로 우리 모임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항상 웃음을 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한 명 한 명이 홀로 있을 때는 약한 존재이지만 우리가 서로를 지지할 때는 약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한 사람씩 떨어져 나가면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작은 식사 모임이 계기가 되어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50 여명의 내담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중도 실명으로 좌절과 죄책감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재활상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 역시 중도에 시각장애를 격고 있었을 때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교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각장애로 실의에 빠졌을 때 지인의 소개로 나의 집을 찾아 왔던 두 명의 자매가 있었습니다. 소개해준 김 집사님은 어느 날 수요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는 자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비록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 내가 알고 있는 청년이 시각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같이 가서 위로를 해주면 좋게다”고 했더니 그 분들이 흔쾌히 승낙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들은 매주 마다 우리 집에 와서 나의 말벗이 되었고 저는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나에게 매주 한 번씩 찾아오는 그 분들의 방문은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대부분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이면 왜 나에게 이런 어려움이 생겼는지에 대해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지지를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군가 내 곁에서 지지를 해주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물질적으로 후원하는 후원자와 기꺼이 도움을 주려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상담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올리브밥(카페) 정미옥 집사님께서 우리에게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간의 제약 없이 마음껏 상담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지원을 해 주어 상담이 잘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 집사님은 카페의 이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항상 기쁨 마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으며 하나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려 하셨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런 대가 없이 약한 이웃에게 봉사하며 우리 사회를 따듯하게 하는 천사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며 송년회 모임을 마치고 보니 여러가지 감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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