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제가 장애를 갖게 된지도 10년이 넘었네요. 처음 장애를 가졌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바에는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옆에서 계속 지지해주는 가족, 그리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종교를 통해 장애를 가진 나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린이집 교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어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일을 그만두다보니 사람들을 만날 일이 적어지더라구요. ‘내가 할 수 있는게 또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넓은마을을 보던 중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알게 되었고, 종교색도 같고 중도시각장애인들의 모임이 너무 좋아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을 할 때나 교회에서 항상 정상인들 사이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중도시각장애인들과 만나는게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처음 모임에 갔을 때 낯설고 어색했는데 이전부터 활동하시던 분들이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에벤엘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큰 수확 중 하나는 ‘지하철 환승 시스템’을 알려주신 거에요. 활동보조인이나 가족이 없으면 지하철을 타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이곳 저곳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환승시스템을 알게 되면서 저의 삶의 질이 확 높아지게 되더라구요. 이젠 제가 가고 싶은 곳에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혼자서도 잘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의 모임에 있다보니 서로 불편한 점들이 비슷해서 그런지 생활 속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더라구요.
-계속-
- 김상희 집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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