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19-09-24 17:25:56 , Hit : 157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그 중 특출한 몇 명을 선발하는 것이니 공모전 당선은 감성돔을 낚아낼 4%의 확률과 일견 비슷해 보였다.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대상어를 못 잡았을 때나 공모전에 낙선한 경우 아무도 그에 대한 피드백을 안 해 준다는 사실이다. 출조 후 내가 블로그에 못 잡은 것에 대한 ‘자체 반성문’을 쓰는 것처럼 글쓰기 공모전 낙방에도 나름의 분석이 필요했다. 바다낚시에서처럼 물때가 안 맞았거나 잡어가 많아 내 바늘에 달린 미끼를 도둑맞았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그날 운이 없어서라며 뭐라도 핑계를 갖다 붙여야 나는 마음이 편했다. 심사위원은 낙선자에게 왜 낙선했는지 일일이 말해주지 않는다. 내 작품이 뭔가 부족해서려니 하며 낙선 사유를 만들어야 낙선했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었다. 여름 한철, 밀린 숙제하듯 단숨에 쓰고 밀어 넣은 공모전에 작은 상이지만, 몇몇 공모전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에 그래도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수상자 명단에 오른 이상 메달의 색을 가늠하는 건 단지 운의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응모했던 공모전 입상 작품 중 대상 혹은 금상을 받은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면 내가 쓴 작품과 질적으로 그리 차이가 나 보이지 않았다. 밑밥 속에 든 새우 미끼 중 내 바늘에 걸린 새우 미끼를 무는 건 감성돔 마음이자 운이고, 수상권에 오른 작품 중 메달 색을 결정하는 것도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마음이자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오히려 속이 편했다. 공모전 상금으로 받은 20만원을 나는 별도로 통장을 만들어 내 꿈을 위한 종잣돈으로 넣어 두었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한 종잣돈으로는 마중물조차 안 되는 돈이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어느덧 11월 말이 되었다. 매년 말 돌아오는 신문사들의 신춘문예 마감 기일이 임박했다. 나는 적잖은 상금이 걸린 신춘문예에 응모할 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신춘문예에 매년 응모하여 낙방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로 떠난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꿈이 생긴 이후 신춘문예에 대한 나의 각오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운좋게 당선이 되더라도 적당한 상금으로 위로는 받을지언정 우리나라 문단에서 신춘문예 당선이 곧 전업 작가로서 진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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