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19-11-05 13:07:29 , Hit : 141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신춘문예 당선자 출신중 지속적으로 집필을 하여 유명작가가 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입사시험 합격처럼 당선 이후 신문사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예전처럼 여기저기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어쩐지 신춘문예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아 보였다. 당선되어도 작가로서의 진로가 불투명하였다. 흔히 말하는 문단권력이라는 막강한 진입장벽도 있었지만, 그것들이 이탈리아로 떠나게 해줄 티켓을 향한 나의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그즈음 나는 소설을 쓰다가 지치면 인터넷을 열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을 검색하곤 했다. 누군가가 다녀온 블로그 글들을 탐독했고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같은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이탈리아 편을 찾아 다시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말, 나는 그간 써두었던 소설을 다시 다듬고 또 새로 몇 편의 단편소설을 완성하여 열 곳의 신문사에 각각 한편씩 알토란같은 내 소설을 시집보냈다.
딸들을 모두 좋은 혼처로 보낸 후 맞이하는 홀가분하고 시원섭섭한 부모의 마음이랄까, 이 공허함을 나는 바다낚시 출조로 달랬다. 나는 지난가을, 빈손 철수의 쓰라린 기억을 준 여수 안도로 다시 향했다. 그때 실패의 복수전이었다. 저번처럼 갯바위에 일찍 주저앉지만 않으면 이번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여수 작금 항에서 금오도를 지나 뱃길로 삼십여 분을 달려 안도 좌측 갯바위에 나는 다시 섰다. 좌측 섬 모양 중 일부는 부츠같이 생긴 이탈리아의 지도모양을 방향만 바꾸어 놓은 것과 아주 유사하게 생겼다. 지난번에 나는 그 부츠의 발뒤꿈치 끝부분에 섰지만, 이번엔 오른쪽 뾰족한 발 앞부분에 섰다. 이번 출조에서 감성돔을 잡느냐 마느냐의 결과로 나는 이번 신춘문예 당선여부와 갈음하기로 마음먹었다. 곧 있을 신춘문예 당선결과와 지금 갯바위에서 건져 올린 나의 조과와 아무상관이 없지만 이것은 나만의 의식이었다. 시합에 나가기 전 어제 신었던 양말을 다시 신거나 면도를 하지 않는 것 따위 같은 운동선수의 하찮은 행위는 그들에겐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닌 불문율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의 마음도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번 출조에서 나는 패배의 원인을 이른 포기에서 찾았다. 이번엔 절대 그런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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