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0-03-03 15:12:39 , Hit : 100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에 응모한 총 열편의 작품 중 일부 몇 작품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체로 부자연스럽지 않은 훌륭한 이야기 전개 구조를 지녔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보는 관점은 또 다를 것이리라. 병가의 상사란 말처럼 바다낚시에 있어서 강한 바람은 흔한 일이었다. 나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남아있는 시간도 아직 넉넉했다. 아직 이렇다 할 입질은 없었다. 입질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우려스러웠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을까, 바람 말고 또 다른 복병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안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왜 한동안 입질이 없나 했더니 수면 아래 표층과 중층에 걸쳐 작은 복어와 볼락 치어가 새까맣게 진을 치고 있었다. 수면 위에 둥둥 뜬 찌가 기다려도 반응이 없어서 미끼를 다시 끼우려 채비를 수거할  때마다 바늘엔 미끼가 달려 있지 않았다. 작은 치어들은 입이 작아서 내 바늘에 달린 미끼를 삼키지 못하고 콕콕 쪼아 먹는다. 수면 아래 표층과 중층에 군집한 잡어 층을 뚫고 내 미끼를 감성돔이 머무는 바닥에까지 안전하게 내려보내야 입질을 받을 확률이 있었다. 감성돔은 바닥에서 노니는 물고기다. 어지간해선 중층 이상으로 부상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대체 미끼로 옥수수 캔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볶음밥이나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맛있는 캔으로 포장된 옥수수 알갱이지만, 지금 내게 옥수수 캔은 새우를 대체할 미끼일 뿐이었다. 감성돔의 입질을 받는데 옥수수 알갱이는 작은 새우보다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새우는 바닷속에서 그들이 늘 먹어왔던 것이지만, 옥수수 알갱이는 그들에겐 생소한 미끼가 틀림없다. 오늘의 조과로써 이번 신춘문예 당락을 갈음하고자 했던 나만의 의식이 강한 바람에 이어 군집한 잡어에 의해 또 한 번 방해를 받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응모 작품(잡어)이 많아서 심사위원이 내 작품을 심사할 시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 일단 그들 눈과 손에서 내 작품이 떠나지 않게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옥수수알갱이로) 한다. 그러려면 소설 도입부부터 승부를 걸어야 한다. 최대한 도발적으로 그리고 뒤가 궁금해서 놓지 못하게끔 이야기를 전개할 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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