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0-08-31 14:32:33 , Hit : 574 )

사막에 핀 꽃

              영미의 거울속에는 벌레가 살고 있대
              윙윙 날아다니며
              끈 풀린 운동화처럼 자꾸 영미의 발을 걸어
              영미는 발만 동동 잘을 잘 수 없었대
              영미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고 벌레만 꼬이는
              오래전에 심어놓은 그녀의 이름을 줍고 싶었대
              그곳은 사막이었대 바람이 모래를 밀며 푸른 파도를 그려보지만
              버려진 빈 생수병하나 없는 마른 땅이었대
              영미는 열심히 이름을 찾아다녔지만
              쓰레기와 날짜 지난 신문지들이 모래와 함께 굴러다니고
              겨우겨우 그 많은 글자 중에서 'ㅇ'을 주웠었대
              그것은 영미의 이름이 아니었대
              'ㅇ' 에서는 푸욱 바람 빠지는 소리 내며 쪼그라들어
              영미의 말아 쥔 손에서 끊임없이 모래처럼 빠져 나갔었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