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0-12-28 15:44:31 , Hit : 99
 환승

휠체어 바퀴가 빠지직 소리를 낸다. 내려다보니 가을이 떨어져 내려앉은 바닥에 내가 좋아하는 노오란 꼬깔콘이 한가득 펼쳐져있다. 오가는 걸음걸음에 수없이 밟히고도 건재한 단풍이 고마워 천천히 밟아본다. 짭조름한 거리가 바삭거리고 공기마저 고소하다. 이제야 닫힌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는 것일까. 얼마간 폭염과 열대야로 끓어오르던 대로변에 초록이 무성한 가로수가 서서히 물드는 묘려한 풍광에도 나의 오감은 허술했다.
그사이 아침, 저녁 시간의 문틈으로 밀려드는 바람이 표피에 맴돌리는 냉기가 사뭇 가까워졌음이 느껴진다.
지난 한해를 맹속력으로 보내고서야 거리에 멈춰서 이곳에서의 두 번째  가을을 배웅하고 서둘러 돌아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무실 안은 여러 대의 컴퓨터와 개인 사물들이 주인의 성격에 따라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쓰러진 볏짚처럼 널브러져 있다. 어제 마시다 남은 커피가 든 머그잔 위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십 오 분이 모자란 아홉시다.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 공간은 십여 년 만에 오롯이 나를 위해 주어진 자리이다. 사각지대 위 소형책장엔 몇 개의 파일과 책 그리고 한켠엔 스탠드 거울이 놓여있다. 더 이상은 집이 아니니 항상 말끔하게 있으라며 엄마가 직접 사다준 거울을 매일 아침 중한 예식을 치르듯 가장 먼저 본다. 매무새를 다듬다 휴대전화를 꺼내 컴퓨터를 뒤로하고 앉아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 내 모습을 담아본다. 이 시간쯤 성당을 향하고 있을 엄마에게 전송을 끝내자 뒤이어 사람들이 들어온다.
"좋은 아침입니다." 금요일이자 2주에 한번 씩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본가로 가는 날은 목소리가 유독 카랑카랑하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운명의 자석이 이 자리로 끌어당긴 우연의 시작은 십여 년 전 간병인으로 만난 꽃순이 아줌마의 물음에서부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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