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학교 고학년의 품격에 맞게 내 쇼핑 수준도 상향조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 혼자는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척수장애를 가진 나로선 오래 걷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언감생심이었다.
궁리 끝에 동네 친구 임순이와 경애에게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세뱃돈과 용돈을 보여주며, 꼬드키는 수를 썼다.
"서면에 있는 백화점을 같이 구경 갈래? 거기서 엄마 선물을 살거거든. 임순이가 나를 좀 업어주고 경애 니가 목발을 들고 따라 와줘. 버스비는 당연히 내가 낼게. 돌아오는 길에 국화빵도 함께 사먹자."
두 친구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대장정의 길을 나설 수가 있었다. 목발에 체중을 걸어놓고 한 걸음 한 걸음 떼어야 하는 나로서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손바닥과 겨드랑이가 아파왔지만 , 늘 그렇듯 내색하지 않았다. 버스 계단은 많이 높았다. 덩치 크고 힘 좋은 임순이로서도 나를 업고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자 버스 운전자 아저씨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왔다. 개의치 않았다. 친구들을 설득했다는 성취감과 백화점에 대한 설레임이 우선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임순이에게 나를 등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한다! 내가 못하는 부분만 도움을 받는다는 원칙이 내겐 확고했다. 경애에게 건네받은 목발에 체중을 옮기는 순간, 그러나 목발 고무와 바닥은 마찰력 제로. 중심을 제대로 잡을 틈도 없이 쭉 미끄러져 엎어졌다. 놀라고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서려고 했지만 백화점 입구 바닥은 내게 얼음판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임순이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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