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시 37:4) -
중도시각장애인 재활 상담에서 내담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재활과정에서 상담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배가 망망한 바다에서 목표지점을 잃고 항해를 하듯이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길을 잃어 심리적 불안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활과정에서는 기능적인 재활교육 보다 심리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살아 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도시각장애인에게는 전문 심리 상담사의 도움뿐만 아니라 시각장애를 겪은 상담사의 도움은 꼭 필요합니다. 시각장애인 기초 재활교육 과정에서 상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재활과정에서 상담을 소흘히 하는 것은 단지 기능적인 재활교육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점자를 배우고 보행교육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시각장애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도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서 점자교육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점자교육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점자를 배우는 것도 어렵고 시각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점자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 때 비로써 시각장애를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에벤엘 선교회에서는 재활상담의 중요성을 알고 201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하면 혼자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물론 해결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전문가의 도움은 필요합니다.
3년 전에 ㅎ 형제의 어머니로 부터 상담을 받고 싶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ㅎ 형제와 어머님은 2019년부터 상담에 참여했습니다. ㅎ 형제는 희귀한 질병으로 시각장애를 겪으면서 대학을 휴학하고 있었습니다. 그 형제의 어머니는 아들의 시각장애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며 아들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집단상담에 참석했지만 ㅎ 어머님은 개인상담을 받고 싶다고 해서 양민숙 박사님이 개인상담을 맡아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ㅎ 형제와 어머님은 심리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시각 질환을 겪었던 사람들 가운데 시력이 회복된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아마도 수년이 지나면 시력이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수년의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재활교육을 받으면서 기다리면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더니 그는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베데스다 연못에서 서른여덟 해 된 지체장애인이 등장합니다. 천사가 가끔 베데스다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일 때 먼저 못에 달려간 환자는 어떠한 병이라도 낫는다는 것을 알고 천사가 내려 올 때 연못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 지체장애인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베데스다 못에서 오랜동안 허성세월을 보냈지만 낫고자 하는 믿음이 확고해서 예수님을 만나 병고침을 받은 장면이 있습니다. 고대시대에는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이 재활교육을 받아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38년 된 지체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병고침을 받는 것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기다림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시각에서 보면 무작정 낫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재활교육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ㅎ 형제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용 음성지원 프로그램을 배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학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공계학과를 복학하여 졸업까지 했습니다. ㅎ 형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회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어느날 ㅎ 형제의 어머니는 ㅎ 형제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나서 1년 만에 1차 시험을 합격했으며 2차 면접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도움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비록 앞날에 ㅎ 형제에게 난관이 있을지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간다면 그 앞날에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 전명훈(에벤엘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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