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2-10-26 15:24:21 , Hit : 127
 아름다운 비밀

그해 겨울도 올 겨울처럼 몹시 추운 어느 날 조금은 깊은 저녁, 대문 밖에서 “메밀묵, 찹쌀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메밀묵이 너무나 먹고 싶어 참는 것이 고통스러워 마치 그것을 먹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 싶어도 침만 꿀꺽꿀꺽 삼키며 참아야했다.
우리에겐 그것을 사 먹을 만 한 돈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야속한 메밀묵 장수는 특별히 사는 사람도 없는 우리 동네를 매일 저녁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데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인지 그 메밀묵 장수는 우리 집 창문 밑에서 한참씩 머물렀다 가곤 하는 게 아닌가. 아마 지금 생각하면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며 추운 겨울 피곤한 몸을 잠시 쉬어 가곤 했던 것 같다.
나는 어느 날 저녁 메밀묵 장수소리가 들리자 남편에게 밖에 나가 저 메밀묵 장수 시끄러우니까 우리 동네 재발 좀 오지 말라고 말하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렇게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는 나를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참을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이러는 거다.
“나는  그런 말 죽어도 못하니까 정 귀에 거슬리면 당신이 해”하며 눈을 잘 나오지도 않는 tv로 돌렸다.
남편의 그 말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나는 혼잣말처럼 “저 메밀묵 얼마나 할까? 아마 꽤 비쌀 거야”하며 중얼댔다.
다음날 오후 남편은 친구 좀 만나 직장을 알아본다며 집을 나갔다. 그리고는 한참 후 주인집으로 전화를 걸어와선 많이 늦으니 먼저 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자지 않고 남편을 기다렸는데 남편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꽁꽁 언 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일지 남편 손에는 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 하던 메밀묵 세 개와 찹쌀 떡 두 각이 들려져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것을 보자 너무 먹고 싶은 마음이 앞서 남편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묻지도 않은 채 남편 손에서 메밀묵을 빼앗다시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양푼에 묵 세 개를 양념도 없이 무쳐 남편에게는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혼자 먹어치웠다. 그때 그 맛은 이 세상 그 어떤 맛난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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