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3-04-04 16:19:57 , Hit : 65
 아름다운 비밀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분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듣고만 있다 우리 방으로 또 다시 기어왔다.
방안에 떠다 놓은 물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인데도 식은땀을 흘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남편을 보면서도 땀 닦아 줄 생각도 잊은 채 아주 오래도록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너무나 불쌍한 사람, 아주 부잣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끼니 걱정 없이 조금은  넉넉하게 3형제 중 막내로 자라면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사람이, 나처럼  장애를 가진 여자를 사랑한 죄로 이렇게 힘겨운 삶을 산다는 생각을 하니 서러움이 복받쳐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또 울며 밤새도록 서러움을 토해냈다. 남편은 그 몇주 동안 많이도 힘들었던지 깊은 잠에 빠져서 밤새워 흐느끼는 나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다음날 새벽 퉁퉁 부은 눈을 남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찬물로 세수를 열 번도 넘게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밤에 혼자 있으니 너무 무서워 안 되겠다며 직장을 그만 두라고 애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자기가 메밀묵 장수했다는 것을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있다.
이 비밀은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갈 단 한가지의 비밀이다. 내가 그때 일을 알고 있다면 남편은 겉으로는 식 웃어넘기겠지만 가슴은 많이 아파할 것이 분명 하다.
그때 뱃속에 있었던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어 제 아빠 키와 맞닿으려 한다.
딸애 또한 그 옛날 나처럼 메밀묵을 유난히 좋아해 겨울 초저녁 가끔씩 들려오는 “메밀묵사리여 찹쌀떡”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묵을 사 무쳐달라고 조르곤 한다. 그러나 나는 시장에서는 2천 원이면 사는 것을 5천 원씩이나 받는 것이 너무 비싸다 싶어 다음 날 시장에서 사다 무쳐주곤 했는데 이젠 그렇게 하지 않을거다. 그것은 우리 형편이 좋아져서는 결코 아니다.   -계속-

- 임영은(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장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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