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머리 중앙 가르마를 타서 양쪽으로 나눠 각각 머리를 땋아 매듭을 짓고 다시 뒷머리와 합쳐 다시 머리를 따주었다. 할머니가 가장 잘하는 머리지만 너무 옛날 머리다.
“이런 머리는 아무도 안한단 말이야. 사과 머리나 똥머리 해줘.”
“내는 그런 머리 모른다.”
“그냥 머리를 하나로 묶어 돌돌 말면 되는데. 다들 그런 머리 하고 온단 말이야.”
“늦었다. 나중에 너 에미한테 해 달라 해라. 아침부터 뭔 똥머리 타령이고.”
아빠는 엄마가 예쁘다고 했지만 할머니한테 엄마는 예쁜 나를 두고 가버린 나쁜 년이었다. 엄마가 미울 때 할머니에게 슬쩍 이야기를 하면 엄마 욕을 실컷 해줬다. 그런데 듣다 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목구멍이 간질간질했다. 할머니가 욕을 하면 아빠는 내가 듣고 배우니 하지 말라고 했다.
“당하고 있느니 이런 말도 배워 써먹음 속 시원할 때가 있다. 그리고 지 편하자고 새끼 버리고 나간 년한테 뭐랴혀냐?”
“그래도 진주 엄마잖아요. 버리긴 뭘 버려요. 여기서 살기 힘드니까 간 거지. 나중에 거기가 살기 힘들면 다시 올 겁니다.”
“이 멍충아. 살기 힘들다고 짐 싸면 난 수백 수천 번을 싸고 있을 것이여. 정신 차려 이놈아. 오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오도 가도 못하게 혀.”
할머니의 말에 나는 엄마 다리가 제비처럼 뚝 분질러지는 생각에 차라리 안 오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아픈 것도 싫다. 할머니가 바보 멍청이라고 해도 아빠는 그냥 씩 웃고 만다.
“어이구! 엄니는 사람다리가 제비 다리도 아니고 내가 놀부도 아닌데. 뭘 분질러요.진주 엄마가 오면 문 활짝 열고 받아줘야지. 나도 엄마가 올 때마다 얼마나 좋았는데.”
할머니는 아빠 말에 아무 말 없이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계속--
- 배재은(지체장애 4급, 장애인문학공모전2018 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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