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딛전 6:8) -
한 달 전에 총신대학교 학내 식당에서 두 여성이 식사를 하면서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화 내용은 별다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초등학교 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학생은 총신대학 1학년 성악을 전공하는 시각장애인 학생이었습니다.
내가 식사를 하다가 손에 집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려 도움을 청하자 맞은 편에서 학생과 대화를 나눴던 여성이 잠시 대화를 멈추고 친절하게 새 젓가락을 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고 그 여성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봉사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여성은 시각장애인 학생이 수업이 있으면 학교에 등교시키기 위해 그 학생을 안내해주고 학습에 필요한 전자도서도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그 여학생의 식사를 도와 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하다 보니 장애인의 인식과 복지제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가 장애인 등록을 했던 것은 1988년도였고 그 때 장애인등록이 처음 실시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어서 굳이 장애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장애인들이 많았습니다. 혹시 장애인 등록을 하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해서 장애인 등록을 꺼렸습니다. 그래서 등록 장애인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장애인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민센터에 가서 자발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합니다. 그것은 장애로 인한 불이익보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많이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고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전혀 없었습니다.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부분 불편한 일이 생기면 자신과 장애인의 가족들이 해결해야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녹취하기 위해 비장애인보다 2, 3배의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악조건을 극복을 해서인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성적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리포트는 타자기를 사용하여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전공교재를 읽을 수 없어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개강이 시작되면 강의와 관련된 도서를 녹음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선교단체에 찾아다니며 녹음을 부탁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소망 교회 베데스다회에서 녹음봉사를 하여 나의 아버님이 도서를 맡기곤 했습니다. 베데스다회의 회장님은 이현숙 권사님이었고 그녀는 KBS 초창기 아나운서 출신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많은 도서를 녹음을 했습니다.
어느 날 곽선희 목사님에게 찾아가 시각장애인 목회자를 위한 신앙도서를 녹음하고 싶은데 그런 신앙도서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버클레이 신약 성경 주석을 추천받아 수년에 걸쳐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에서 녹음을 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버클레이 성경주석처럼 녹음한 도서는 없습니다. 나 역시 버클레이 성경주석 녹음도서를 대출을 받아 성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베데스다회는 매월 월례 기도 모임이 있었고 목회자를 초청하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나는 이 권사님의 추천으로 자주 베데스다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2015년 베데스다회에서 설교를 하고 선교회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베데스다회 총무를 맡고 있었던 안성령 권사님이 내 뒤를 따라 온 것입니다.
안 권사님은 베데스다회를 창립할 때 처음부터 이현숙 권사님과 함께 시작을 했습니다. 안 권사님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을 여러 단체에 기부를 했고 그 날 에벤엘 선교회에 후원을 하면서 기부를 하면 할수록 기쁘다고 했습니다.
수년 후 안성령 권사님은 노환으로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일 내가 안 권사님을 만났다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따듯했던 안권사님의 마음은 변치 않았을 것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시각장애인 선교에 도움을 주신 안 권사님의 선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행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소유하기 위해 애를 쓰곤 합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것은 결핍을 느껴 채우려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누가 진정 행복한 사람일까요? 많은 것을 소유하지 못해도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나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눌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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