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도 실명자다. 내가 어둠의 사람이 된 후 난 세상을 포기한 채 힘든 날들을 보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시각장애인이 된 나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어머니의 한숨소리는 날마다 늘어만 갔고 나역시 매일을 죄진 모양으로 스스로를 질책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장애인이 되고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건강하게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나 온가족이 한데 모여서 웃고 예배드리는 모습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부러운 사람은 KAL기를 폭파시킨 김현희씨였다. 그녀가 갖고 다니는 엠플 담재는 한번만 빨고 나면 10분 안에 조용히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잠들고 이대로 조용히 하늘나라 가기를 얼마나 기도해 왔던지 모른다. 눈이 안보이면 그저 끝장인줄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엠플담배, 그것을 피우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죄진 기분으로 살아가던 중 나는 형편상 서울에 있는 동생집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볼수도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던 나는 여전히 낙망과 어둠 속에서 괴로워했다. 그러던 중 실명후 매일같이 들었던 극동방송의 목사님들 설교를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시 5개 교회에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고 나는 또 다시 낙심하여 희망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어느날 ‘내가 매일 기쁘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문동 D교회의 목사님이 설교를 마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들도 안될 것 같지만 포기하지 말고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나가세요’라고.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었다. 그래서 영등포 충현교회에 전화를 걸어 나 자신의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그 교회 전도사님은 나의 길고 긴 사연들을 다 들으시고 권호욱 목사님을 소개 시켜 주셨다. 그 목사님의 안내로 나는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에벤엘 선교회와 전명훈 목사님을 소개받았다.
전명훈 목사님은 나에게 살 집과 같이 지낼 형제들을 소개시켜 주셨다. 그리고 내가 늘 그리던, 컴퓨터 교육과 보행교유그 점자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셨다. 꿈에도 그리던 일들이 실현되는 순간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을 하면서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기쁙, 즐겁게, 편안하게 한 것은 함께 모여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유롭지는 않지만 전화만 하면 집에까지 안내 봉사자께서 찾아와서 봉사자분과 함께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2001년 9월 17일 남산 순환도로 시각장애인 달리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전투경찰의 손을 잡고 17년 만에 마음껏 달려본 것이다. 바닷다에서 자라왔기에 좁고 답답한 방안에서 벗어나서 끝없이 달려보기를 기도해왔었는데 17년 만에 이루어 진 것이다.
우리같은 장애인들이 바라는 것은 무슨 희한하고 화려한 물건이나 모임 또는 억만금이 아니다. 낙오자나 패배자가 아닌 사회의 일언으로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나아가서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성경에 “저가 작은 자 중에 하나를 실족케 할진대 차라리 연자맷돌을 그 목에 매이우고 바다에 던지우는 것이 나으리라”는 예수님 말씀이 있다. 그런데 쓰러진 생명을 일으켜 새워서 꿈을 주고 자신감을 주어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이끌어주신 에벤엘 전명훈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밖의 알게 모르게 물심양면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아울러 예수님께 영광을 돌린다.
- 이 성 규(‘에벤엘의 집’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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