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북 영동의 하나님을 믿지 않는 가정에서 3남 1여 중 셋째 아들로 시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위해 용하다는 점쟁이, 의사, 말도 안 되는 민간요법 등 갖은 노력을 다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단양에 있는 구인사라는 절에서 백일 작정 불공을 드렸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눈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부모님들은 눈물과 한숨, 근심으로 지쳐가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서울에 계시던 할머니로부터 수유리에 있는 한빛맹학교를 소개받아 그곳으로 보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들을 놓고 가고 싶지 않으신 듯 저를 업은 팔에 힘을 주시며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할머니께서 강하게 어머니를 꾸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를 기숙사에 놓고 돌아서서 가시는 부모님을 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미션스쿨인 그 곳에서 생활이 저에게는 낯설기만 했습니다. 다섯 살 어린나이에 감당하기에는 견디기 힘든 외로운 생활이었습니다. 학교생활에 차츰 익숙해지자 주일 학교 예배시간에 어린이 성가대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제 안에는 하나님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읽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계심을 알았지만 믿어지진 안았으니까요.
그러나 하나님은 저에게 찾아오셨습니다. 16세 되던 해 늦가을, 친구에게 받은 찬양 테이프를 듣던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녁에 취침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전 친구에게 받은 테이프를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찬양을 끝까지 들어보리라’ 마음먹고 계속 듣던 중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 이란 찬양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그 늦은 밤에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는데 그것이 서원 기도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주님! 주님의 일꾼이 되겠습니다) 그 한마디 기도를 드리고서야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원기도만을 간직하며 살고자 했던 저의 다짐은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중고등부 학생회 회장까지 하였지만 그 기도는 나와 상관없듯이 살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하나님을 떠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저를 기다리셨습니다. 그토록 방황하던 생활 속에서 괴로워 할 때 주님께서 제게 오셔서 하나님께 드렸던 고백과 주님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생각나게 하셨고 다시금 하나님을 찾게 하셨습니다. 그즈음 한 시각장애인 목사님으로부터 신학을 권고 받고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저를 향해 기다렸다는 듯 몰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견디다 못한 저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이 길은 제가 가야할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일로도 주님을 얼마든지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데, 왜 하필 저 같은 사람이 이 길을 가야한단 말입니까? 전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주님은 침묵으로 묵묵히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 뜻을 알지 못한 저는 학업을 중단한 채 애써 하나님을 부인했고 직장생활을 하며 과거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외로움과 공허와 나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지냈습니다.
하나님이 정말 날 사랑하신다면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몸부림치던 저에게 다시 주님은 나에게 찾아 오셨습니다. 주님은 곁길로 간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사 지금도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계심을 알게 하셨습니다. 전 그로 인해 하나님 앞에 깊이 회개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잡고 계시는 주님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 찌라도 하나님 앞에서 숨을 수 없음을 알게 하신 그 분께서 주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한 그 순간부터 늘 저와 함께 계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사랑하신 주님이 주신 은혜임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중단했던 학업을 마친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회자가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목회자로서 마음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기도하며 치유하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1년여 준비한 시험을 지난 12월 16일에 쳤습니다. 그러나 등록에 앞서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이 필요하여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성도님들께서 기도와 물질적후원자가 되어주시면 신실하고 참된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영혼을 치료하며 많은 사람을 주 앞으로 인도하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저의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할렐루야!
김정호 형제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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