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에서 오래 살다보면, 참 많은 아이들을 알게 된다. 그중 특히 교회에서 교회학교 교사로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벌써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 외국의 국적을 가진 아이도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아이들도 있다. 예전 장애인부서에서 가르쳤던 아이인데, 어언 20년의 세월이 지나 청년을 지나 30대 중반이 되어, 농담 삼아 '아저씨'라고 부르는 아이이다. 동생들은 결혼을 해서 조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놀고 있던 아이였다.
학교 졸업후, 취업을 했지만, 동네 또래들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 부러워서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자기도 대학을 보내달라고 떼를 써서 어렵게 취업을 한 직장에서 자주 그만둔 아이였다. 어떨때는 월급이 적다고, 일이 힘들다고, 무거운 것을 들기가 싫다는 등등, 더해서 자기도 공부하고 싶다고 대학교를 보내 달라고 하며 이런 저런 이유로 직장을 자주 그만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안쓰럽고, 부모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워, 한번은 직장을 소개시켜주었는데, 조금만 일이 힘들면, 근무지를 벗어나 내게로 전화를 해, 다른곳으로 보내 달라고 떼를 써서 여러번 주의를 주곤 했다. 아직 취업 준비가 안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대형 사고를 쳤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간다고 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근무시간중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것이다. 휴대폰까지 끄면서 말이다. 결국 이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직장을 구하는데 보통 2~6개월이 걸리는데 취업을 하면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세월, 20대 대부분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공부를 하면, 그것 역시 오래지 않아 그만두곤 했다. 후에 거리에서 만났는데, 양복을 입고 다녀서 이유를 알아보니, 또래 친구들이 직장에 취업을 해서 양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낸 것이었다. 그런 아이가 안쓰럽긴 했지만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그런 아이를 요즘 아침마다 보고 있다. 그동안 취업을 해서 정착을 한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또래 친구들과, 동생들의 성장이 아이에게 동기가 된 것이다. 또래보다 10년 넘게 걸렸지만, 그제서야 취업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었다. 더해서 참 고마운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이, 아니 아저씨가 먼저 버스에 올라타서 내 자리를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눈치가 없는 막무가내인 성격이어서 꼼짝없이 잡아준 자리에 앉아서 편안하게 출근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조카들에게 용돈을 준다고, 선생님 힘들면 자기한테 취업부탁을 하라고 한다. 자기가 해주겠다고 말이다. 그런 아저씨의 얼굴이 보기에 좋았다. 꿈을 이루어 가는 얼굴이어서이다. 정말 내가 너에게 부탁할 때까지 그곳에 오래 다녀야 한다고 하며, 그렇게 아침마다 나와 아저씨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신동진 (에벤엘선교회 자원봉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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