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세운 경복궁의 구조는 유교의 철학을 담고 있다. 중앙의 일렬로 된 축을 기준으로 동서로 공간이 분리되며 일렬의 축을 따라 중앙에 세워진 건물 들은 정치.생활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맨 뒤의 후원 구역까지 손을 짚어 가면 건물들의 이름과 역할을 설명해 준다. 또한 동.서로 나뉘어져 있는 공간의 역할과 건물의 특징도 알려주며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조형물 또한 설명하고 만져보며 머릿속으로 그려나간다. 물론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학생들의 인내심도 그리 길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에 맞게 열심히 해 보았다. 다행히 아이들의 관심도 높고 모형을 통해 현장 수업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이후 광화문 입구에서 만난 우리는 강사와 학생, 선생님, 활동보조인까지 더해져 시끌벅적 시작되었다. 모형을 통해 손으로 익힌 구조를 떠올리며 정문을 통해 들어온 경복궁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설명도 이어졌다. 때로는 소리로 공간을 느껴보고, 때로는 손으로 만져보았다.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여유롭게 만질 수 있는 기회는 적었으나 조금씩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해 나갔다. 학생 중에는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다른 복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 이동이 많은 현장 수업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비록 부족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으나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만족감을 표현해 주고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말해 주었을때 몇 달간 준비했던 것에 강사로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러한 문화 행사가 부족하다는 것에 고민을 해 보았다. 물론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은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고 싶은지에 대한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비장애인들이 편하게 누리고 있는 문화 자원을 얼마만큼 평등하게 같이 공유할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프로그램들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도 더해졋으면 좋겠다.
서은경(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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