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 24:1) -
오늘날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이나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만일 문자가 없었다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반인에게 문자가 있듯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가 있습니다. 내가 시각장애를 겪고 문자를 읽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문자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합세계선교회에서 재활교육을 받으면서 시각장애인에게도 문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으며, 점자는 어떤 모양일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점자는 일반 문자의 모양을 점으로 오돌토돌 튀어 나오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처음 점자를 접하면서 내가 상상했던 모양과 전혀 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점자는 6개의 점을 활용하여 한글은 물론 영어, 독일어 등 각종 외국어와 수학․과학 기호, 악보 등을 모두 표기할 수 있으며, 점자 나름의 구성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점자를 배우면서 6개의 점으로 다양한 문자를 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으며 마치 한글 점자의 모양이 일반 점자의 모양과 비슷하게 연상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점자를 배우면서 내가 점자를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점자를 손가락 끝으로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에벤엘선교회의 장애인 인식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점자 강의를 해보면 일반인들은 한 시간 정도 점자를 알려주면 어느 정도 눈으로 점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우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눈으로 보고 읽는 것과 손가락 끝으로 읽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점자는 주로 검지 손가락 끝으로 촉각을 사용하여 읽게 되는데 익숙하게 점자를 익히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중도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배우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에서 알게 된 내담자 ㅅ씨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ㅅ씨는 중도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으며 단지 믿음으로만 장애를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ㅅ씨의 엄마 또한 믿음이 확고했고 기도 때문에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욕심을 부려 KBS방송국에 장애인 특채 아나운서 모집 소식에 딸이 시험을 치르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ㅅ씨는 글자를 읽을 수 없어 시험을 볼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ㅅ씨의 엄마는 에벤엘선교회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딸이 점자를 배우려고 하는데 점자 교육을 하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녀가 점자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딸을 시각장애인으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모의 마음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ㅅ씨의 엄마는 점자를 배우게 되면 점자를 읽어 아나운서처럼 말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점자를 능숙하게 읽는 것이 눈을 뜨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며 진짜 그러한지도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20세 이후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된 사람들이 새로이 점자를 배우게 되면 단시간엔 어느 정도 읽을 수는 있겠지만 아나운서처럼 능숙하게 읽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문자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성경을 읽거나 신문을 읽을 때 점자를 사용하여 읽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마치 눈을 뜬 것처럼 느낄 때도 있습니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정보 단말기가 개발되었습니다. 점자정보단말기는 노트북과 비슷한 것으로 전자문서를 점자로 변환하여 지원해 주는 것으로 시각장애인도 전자문서를 점자로 읽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상시 사용하듯이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11년전 공동모금회에서 기증받아 사용해오던 점자정보단말기가 오래 사용해서인지 최근에 usb를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에 수리를 맡겼더니 부품이 단종 되어 더 이상 수리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새로 구입하려면 6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어 지금은 usb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 채 부분적인 기능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점자단말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는 당연한 듯이 사용해 왔는데 고장으로 마음대로 읽고 쓰기가 어려워지자 다시한번 처음 점자를 배울 때 느꼈던 문자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당연히 여기며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상실했을 때에 그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지는 것 같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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