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날들은 3월도 중순을 훌쩍 넘기고 있는데, 시린 추움이 몸 안 가득 느껴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찻잔을 손 안 가득 쥐어보는 포근함도 그립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막연하나마 계획을 세우고 자아와의 작은 전투적인 분쟁에서 승리하고자 다짐하나 때론 이런 시간들이 한 순간의 상념의 굴레였던 것처럼 나 자신 스스로를 긍휼히 여겨질 때가 있다. 그래도 한날 한날들은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쉬지 않고 그렇게 날아가 버린 채, 또 다른 시간들이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구정에는 손자 담이를 면회하여 설을 함께 보내기로 계획하며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이것저것 준비했으나 막상 떠날 날에는 파도가 높아 배가 뜰 수 없다는 소식에 준비한 음식들을 섭섭한 마음으로 온 식구가 나눴는데 다시 구정 당일엔 배가 운행된다는 소식에 모두가 혼란스러워졌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돌아오는 날 토요일에 배가 운행되지 않으면 월요일까지 지체해야 하는데... 그냥 "믿음으로 떠나 보자."며 애완견까지 싣고 군산항을 달렸다. 잔잔한 바다 위를 둥그런 해가 떠다니며 새벽을 밝혔고 왠지 파도를 잔잔케 할 것처럼 평온해 보였으나 막상, 시퍼런 물살을 가르며 어청도로 향하는 바닷길은 점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의 태평양을 연상케 했다.
군산에서 3시간 정도를 항해해 도착한 어청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낳아 20여년을 자라온 아이가 유배지와 같은 이곳에서 성년식을 치루 듯, 그러나 정녕, 하나님의 계획은 있으리라. 분지와 같은 산마루 쪽 부대 안에 준비된 콘도식 숙소에서 내려다보는 어청도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족과도 같은 분위기의 부대에서 담이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밤을 보내고 새벽녘에 베란다를 내다보니 밖의 바람은 요동치며 나뭇가지들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어촌의 날씨. 당일인 토요일에 떠나지 못하면 주일엔 운행되지 않으니 월요일에나 나올 수밖에.... "권사님 믿음을 믿어 보자"던 담이 엄마의 말이 궛전을 맴돌았다.
요동치는 바다의 파도를 보고 무서워했던 베드로에게 바다를 꾸짖어 잠잠케 하신 주님의 역사를 믿으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한편으로는 주님이 알아서 하실 것을 믿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담 엄마의 반주봉사, 60주년 전야제 식사 때 쓰일 깍두기 담글 준비에 무는 2자루나 준비해놓았고, 권사 임명식도 있고.... ~~~~~계속
김갑중 권사(충신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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