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먹고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 쪽잠이라도 자고 나면 곧 철수 배가 올 것이다. 전날밤 장거리 운전을 마다 않고 이곳까지 달려왔건만, 오늘 낚시는 기대와 달리 내게 실망만 잔뜩 안겨주었다.
어느 유명한 바다낚시 프로 꾼이 바다낚시라는 행위를 이렇게 칭한 적이 있었다. ‘바다낚시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 이라고.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내가 던진 미끼는 수면 아래에 있고 물밑 상황은 그 아래로 들어가 보지 않는 한 낚시꾼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수면 아래는 이른바 불확실의 세계다. 낚시를 시작하면서부터 물 밑으로 던져 넣은 많은 양의 밑밥 속에 바늘을 품은 나의 미끼가 달랑 하나 있을 뿐이다. 집어제와 혼합한 크릴새우 밑밥 중 나의 낚시바늘을 숨긴 새우 미끼를 감성돔이 덥석하고 물지 않으면 그날 낚시는 이른바 ‘빈손 철수’다. 수학으로 말하면 내가 감성돔을 낚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쓸데없이 그것을 계산을 해본다. 보통 벽돌 정도의 모양과 크기로 얼린 직육면체 크릴새우 덩어리를 하루 낚시에 약 다섯 덩어리 정도 녹이고 부셔서 집어제와 함께 물고기를 유인하는 밑밥으로 사용한다. 꽁꽁 얼린 크릴새우 한 덩어리면 대략 새우가 몇 마리나 될까? 대략 오백마리라고 치자. 다섯 덩어리면 이천 오백마리, 하루 낚시에서 크릴새우를 바늘에 한 마리 걸고 바다로 던지고 거두고를 내가 약 백번정도 한다고 치자. 그러면 내가 던진 바늘 없는 밑밥속에 섞여있는 바늘 달린 내 미끼를 감성돔이 물 확률은 이천오백분의백이다. 숫자로 치면 겨우 0.04, 백분율로 말하면 겨우 4%다. 물아래에 감성돔이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해도 말이다. 감성돔은 일반 잡어들과 달리 많은 무리가 떼를 지어 다니지 않는다. 이걸 감안하면 밑밥 냄새를 맡고 어쩌다 몇 마리 흘러들어온 감성돔이 내 미끼를 물 확률은 당연히 4%보다 훨씬 더 낮아지게 마련이다. 바다낚시를 불확실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한 프로꾼의 말은 이런 연유로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나 역시 매 가을철이면 4%라는 낮은 확률이 무색하게 아이스박스를 감성돔으로 꾹꾹 눌러 담아 채워가곤 했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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