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도박장에서 이른바 ‘777 쓰리세븐 쌈바’를 한번 맛본 도박꾼은 평생 도박을 끊지 못한다. 대부분의 낚시꾼 역시 감성돔에 중독된 환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길 확률 겨우 4%에 중독된 중증 환자.
컴퓨터를 켜고 나는 내 블로그에 접속했다. 어제 출조에 대한 후감을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못 낚은 것에 대한 이른바 반성문이다. 날씨, 바람, 파도, 물 때 그리고 포인트 여건에 대한 상황과 함께 감성돔 입질을 받지 못한 나름의 이유에 대해 적어 내려갔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음에도 감성돔을 낚아내지 못한 이유 혹은 핑계가 나는 필요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명쾌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라고 나는 판단했다. 관행적으로 오전 아홉시 이후라면 입질이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여 철수 시간을 많이 남겨두고도 일찍 갯바위에 주저앉아 버린 것, 이것이 어제의 패인이라 자책하며 블로그 글쓰기를 마무리했다. 블로그를 닫으려다가 나는 문득 오른쪽에 걸려있는 내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 프로필 사진으로 걸려있는 이륙 직전의 비행기 사진 아래 오래전 내가 쓴 내 프로필,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글로써 하늘을 날고 싶은 작가 지망생.
집필에만 전념하고픈 영원한 자유인.‘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첫 직장 생활 시절, 힘들게 입사했지만, 막상 그곳에서의 탈출을 꿈꾸던 중 썼던 프로필이었다. 역시 나란 인간은 직장생활에 최적화된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변변찮은 잡기를 가지고 프리랜서로 나서도 여기저기서 나를 찾을 만큼 나의 전문성은 그리 탁월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이만 듬뿍 먹어버린 그저 그런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가 처한 이런 상황이 나는 정말 싫었지만, 자업자득이었다. 타협하기 싫어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천성 때문이리라. 마지막 직장에서도 김팀장은 나의 퇴사를 만류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나는 안다. ---계속---
- 이진서(시각장애 6급, 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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