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독주택으로 이사올 때, 당연히 더 불편할 것을 예상했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남편이 손님을 집에 모시고 와도 되냐고 늦은 밤 전화할 때다.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 정을 돈독히 하자는 남편의 소박한 의도에, "응, 좋아."라고 흔쾌히 수락할 때는 좋은 술과 안주거리를 나름 근사하게 마련할 자신감이 있을 때였다. 아파트 문 앞에 전동 스쿠터가 항상 대기되어 있을 땐, 지체없이 마트를 다녀와, 30~40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 장애인은 당연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오해를 그런 식으로라도 깨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극성스럽게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남편도 저녁에 손님을 모셔오는 일은 뜸해졌다.
계단이 있는 2층집이라, 모든 쇼핑은 남편에게 의지해야하는 건 아닌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곧 적응되었다. 계단을 내려가 스쿠터를 타고 마트에서 쇼핑한 후에는, 포장대에서 빈 종이박스에 테이프를 붙여 조립하고, 구입품을 담은 뒤, 포장 끈으로 단단히 묶어 스쿠터에 싣고 집으로 달려온다. 박스를 계단 서너 개 위에 들어 올려놓고 계단 하나 오르고, 다시 계단 하나 위에 박스 올리고 계단 하나 올라가고......엘리베이터 있는 아파트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타인의 손을 빌릴 일은 없다.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쇼핑은 즐겁다. 특히, 늦은 밤에 상품들을 요모조모 살펴보며 진열대 사이를 돌아다닐 때는 모든 것을 다가진 듯 행복하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시내에 백화점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국민 학교 5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규모에 비한다면 소박한 쇼핑몰정도였겠지만, 70년대 그 신천지는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층층이 반짝거리는 공간, 칸칸이 빛나는 진열대. 엄마의 생일선물은 꼭 거기서 사고 싶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는 수첩이나 동네 양품점에서 파는 스타킹, 손수건 따위는 더 이상 살수 없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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