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시간 날 때 연락해. 소주나 한잔하자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김 팀장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시선을 내리깐 채 머쓱하게 손을 살짝 들어 화답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언제 시간 날 때 소주 한잔하자는 말처럼 의미 없는 말이 또 있을까. 이것이 나의 그 의미 없는 세 번째 퇴사 장면이었다. 수백장 입사원서를 써서 힘들게 입사했던 첫 직장에서도, 야근과 회식에 시달려 더 다니다간 죽을 것만 같았던 두 번째 회사에서도 그리고 조직 안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낙오의 길을 선택한 지금의 직장에서도, 나는 더는 미련이 없었다. 직장 생활은 나와 맞지 않다고, 이제 더는 취직을 하지 않겠노라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내 마음의 문도 굳게 닫아버렸다.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곧바로 판교 IC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퇴사하기 며칠 전부터 나는 여수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직장생활 실패가 곧 인생의 패배가 아닐 테지만, 내속에서 끓어오르는 열패감을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여수 작금항에서 나는 새벽 첫배를 탔다. 내가 내린 곳은 금오도와 연도 사이에 있는 안도의 왼쪽 곶부리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GPS를 열어보니 내가 내린 갯바위 지형이 마치 이탈리아 지도를 좌우 반대로 그린 부츠처럼 생겼다. 나는 안도 남쪽, 그러니까 이탈리아 지도 모양으로 말하면 발뒤꿈치처럼 생긴 곳 끝부분에 내렸다. 바로 지척에 여수 현지인들이 소리도라고 부르는 연도가 보였다. 안도는 내가 처음 서보는 곳이다. 처음이란 것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모든 조건은 완벽했다. 바람 한 점조차 없었다. 파도 역시 잔잔했다. 물때도 일곱 물, 이른바 살아나는 물때로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물때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한 바다수온도 십팔 도였다. 이 정도 수온이면 감성돔이 입질하기에 최적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가을걷이의 계절, 만추(晩秋)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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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서(시각장애 6급, 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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