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담이라는 단어를 흔히 들어서 상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상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갑작스럽게 중도에 시각장애로 절망에 사로잡혔을 때도 상담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습니다. 만일 그 당시 재활상담을 받았다면 절망의 시간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상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선교회 사무실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나서 잠시 자원봉사자들과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ㄱ자원봉사자는 서울에 있는 ㅇ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 병원에서 30여년간 간호사로 근무하고 은퇴하고 고국에서 남은여생을 살기 위해 귀국했다고 하면서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그 이유가 아마도 심리상담이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심리적 문제를 겪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사회, 문화적인 배경도 무시할 수 없지만 미국을 예를 들면 심리상담이 일상화됐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심리적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가 회사에서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심리상담을 회사에서 제공하지도 않지만 상담을 받으면 정신적 문제로 의심을 해서 상담을 받는 것을 터부시한다는 것입니다. 심리적 문제가 있을 때 상담을 받으면 극단적인 행동을 줄일 수 있는 데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심리적 극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자살은 큰 고통이 따르고 사람은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자살을 하는 것은 사는 것이 지옥 같다고 생각하여 지옥에서 벗어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나는 영적인 극한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었습니다. 악령에 눌려 혼자 있으면 불안했고 식은땀이 흘러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고통이었습니다.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시각장애를 겪게 된 것보다 더했을까요 시간이 지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존재하는 것이 고통 자체였습니다. 그 때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제는 영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불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기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고 수요 예배 시간에 통송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의 가슴에서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이후 악령의 눌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영적 자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적인 문제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다르겠지만 그 결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그 시간에 심리상담을 받게 되면 자살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살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기보다 심리적 문제가 있으면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면 자살은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심리상담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상담을 하면 할수록 상담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벌써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한 것도 6년이 흘렀습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전혀 낯선 길을 가기 때문에 불안과 낙심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야 합니다. 물론 그 장애물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 될 수 있어 상담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낙심과 절망의 상태에서 상담을 받고 재활하는 모습을 보면 상담자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2013년 연말에 올리브밥에서 평소에 잘 알고 지냈던 지인과 함께 우연히 식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올리브밥 카페에서 상담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8년 연말까지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 재활상담카페는 상담에서 커피와 식사를 제공하면서 상담을 하는 것은 아주 드문 것이어서 에벤엘 선교회에서 아마도 처음 시도되었을 것입니다. 올리브밥 카페 사장님은 10여년간 에벤엘 미션홈에서 자원봉사를 하여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 카페를 상담 장소로 대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혼자서 찾아가기 어려운데 올리브 밥은 9호선 흑석역 3번 출구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가 찾아가기 쉬운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상담하기에는 금상첨화였습니다. 올리브밥이 없었다면 아마도 재활상담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2019년 1월부터 절망과 희망이 교차되었던 올리브밥 카페에서 더 이상 재활상담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 사역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담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에벤엘 사역을 후원하고 있는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예사랑교회에서 상담 장소를 허락하여 2019년 2월부터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통해 중도시각장애인이 희망을 찾도록 도움을 주신 올리브밥 카페 사장님 정미옥 권사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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