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바다에서 이 시기는 누가 뭐래도 감성돔을 마릿수로 수확할 수 있는 시기다. 처음 낚싯대를 드리우는 초보 조사라도 빈손 철수를 하지 않을 그런 계절이 곧 늦가을이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이곳에 내려 낚시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입질은 없었다. 가장 입질이 잦아야 할 해 뜰 무렵조차 고등어와 전갱이 등 잡어만 뜨문뜨문 입질을 할 뿐이다. 갯바위 바다낚시는 해 뜨기 전 갯바위에 하선 후 점심시간 무렵에 철수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아침 해가 뜬 이후 오전 아홉시 까지가 이른바 물고기들의 본격적인 입질 시간이다. 이때 감성돔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날 낚시는 대체로 빈손 철수를 예상해야한다. 그 절정의 시간에 감성돔 입질이 없다는 건 무언가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바닷속 조건이 적절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수온이 급격히 낮아졌다거나 예기치 못한 뻘물이 다량 유입한 경우 등등. 물고기는 다니는 곳으로만 다니고 머무는 곳에만 머문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먹이 활동을 하는 시간대도 우리 인간이 삼시세끼를 먹는 것처럼 대체로 정해져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약 이십 년간 바다에서의 낚시경험이 이런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이 믿음은 오늘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오전 아홉 시를 지나고 있지만 앵두색의 빨간 내 찌는 무심한 듯 수면 위를 방방거리며 흐를 뿐이었다. ‘쑥 내려가라, 내려가라’하며 나는 찌를 향해 염력을 불어넣었다. 나의 희망과 달리 찌가 쑥~하며 수면 아래로 처박기는커녕 바다 수면에 반사된 눈부신 아침 햇살만이 방정맞게 내 눈알을 때릴 뿐이었다.
‘거 참, 이상하네.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이 말을 나는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 모든 조건이 완벽한데 ,오늘도 글렀나?’
나는 낚싯대를 내려두고 그만 갯바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오늘도 역시 그른 것이다. 나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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