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닐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국어 시간, 우리들에게 A4 용지 한 장씩 배분되었다.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글 한 편씩을 써 내라는 것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글을 쓰라니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소재가 자유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기 쓰듯 일상의 하던 일을 적어 냈다.
물론 나는 펜으로 쓸 수 없어 타이프라이터로 쳐서 냈다.
다음 국어 시간, 하나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누구의 작품이라고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내용은 무협 소설이었다. 다들 킥킥대며 웃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엉뚱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클라이맥스는 딴 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교수님은 그 최우수 작품(?)인 무협 소설을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주셨다.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뒷면 맨 아래 줄에 쓰여 있는 문구는 목청을 가다듬어 읽어주셨다.
“다음에 계속”
그때는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 문구가 새로운 의미로 내게 와 닿았다.
‘삶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는 메시지로 말이다.
우리들은 삶에서 맨 밑바닥까지 왔다고 느끼게 될 때 좌절하고 포기하기 쉽다.
“이제 끝이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라며 절망의 늪에 자신을 내던져버린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끝’이라고 하는 그곳 어딘가에 ‘다음에 계속’이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을 읽을 때 맨 밑줄까지 다다르게 되면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삶의 책장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왜 그리 힘들고 어려운지.
살아가다 맨 밑바닥에 다다랐다고 느껴질 때 ‘다음에 계속’이라는 문구를 놓치지 말고 큰 목소리로 외치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마지막 장면 여주인공 스칼렛도 이렇게 외치지 않았던가.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
(Tomorrow is another day!)
- 임경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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