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17기 회원 분들과 함께 한 남산 둘레길 걷기 행사는 2016년 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네번째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시각장애인과 ROTC 17기 회원 50여명이 참여하여 다른 해에 비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둘레길 걷기 행사가 되었습니다.
행사 당일 오전 10시 30분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 시각장애인 회원, ROTC 17기 회원, vms에서 모집했던 자원봉사자가 모두 모여 참가자 명단을 확인하고 나서 간식과 생수를 나누었고 특별히. 이 날은 장애인의 날이어서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흰지팡이가 선물로 제공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한 조로 짝을 지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남산 케이블카 터미널로 향했으며 식당에 도착해 점심식사로 산채 비빔밥과 돈까스를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식당 사장님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주셔서 우리 일행은 후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보행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 일부는 남산 케이블 터미날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고 나머지 일행은 남산 산책로 2코스에서 출발하여 a코스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남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서울 중심에 이렇게 걷기 좋은 곳이 있을까 하며 감탄하게 됩니다. 과거 남산 산책로는 남산 중턱 둘레를 깎아 승용차가 다니는 드라이브 코스로 이용되었지만 서울시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조성하면서 시민들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둘레길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산책로 길은 자동차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일반 시민들과 시각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산 산책로를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ROTC 17기 회원 강 박사님과 짝을 지어 걸었고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낮선 목소리의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vms 자원봉사자 사이트를 통해 모집했던 자원봉사자였습니다.. 그는 공군 현역 장교였으며 휴가 기간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분이었습니다. 휴가를 자신만의 시간으로 보내는 것도 부족했을 텐데 나눔의 생각으로 둘레길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인주의 성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했다면 오늘날에는 개인을 더 중요시하여 배려에 인색해 지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청년이 자원봉사하고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나누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느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 장교는 우리 일행이 보이지 않자 군인답게 빠른 걸음으로 팔각정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일행 중 제일 먼저 출발한 우리는 그에게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남산 팔각정으로 오라고 이르고 뒷 일행과 함께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나를 안내했던 ROTC 17회원 강 박사님은 30여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교수님이었습니다. 나는 남산으로 올라가는 동안 강 박사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짝을 지어 걷다 보면 자원봉사자 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멋진 추억으로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행사를 하게 되면 나의 짝은 누구일지 궁금하고 기대를 하게 됩니다.
강 교수님은 대학에서 퇴직을 하였고 지금은 교수 시절 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하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연금이 나와 생활할 정도는 된다고 하면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하다 보니 돈을 벌며 교수 생활을 할 때 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았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보람있게 살고 있다고 하며 최근에는 우연히 노인 학교 어르신 대표를 만나 노인학교에서 장수시대를 맞이한 행복한 삶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강 박사님은 장수시대에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보다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하며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에 건강 관리가 제일 중요하며. 또한 무언가 할 일이 없다면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일을 하던지 취미 생활을 찾아 하던지 자원봉사를 찾아 보던지 자신이 할 일을 끊임없이 찾아 하는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강박사님이 강의를 진행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강의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강의를 재미있게 해야겠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강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여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에 남은 좋은 강의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강의를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남산을 등정하니 어느새 남산 팔각정에 도착했습니다. 자주 남산에 오르다 보니 마치 앞 동산처럼 느껴져 힘도 들지 않았습니다. 남산 정상에 올라보니 내가 중국에 왔는지 착각할 정도로 많은 중국 여행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팔각정 계단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함께 참여한 한울예술단 단원들의 공연을 들었습니다. 한울예술단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에벤엘 선교회와 밀접하게 동역하고 사역을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내가 공연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우리 모임을 위해 준비한 여러 곡을 연주했으며 참여했던 회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장애인이 홀로 있을 때는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제한적이지만 함께 힘을 모아 장애인 사역을 할 때 기대 이상의 사역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선교회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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