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로운 자의 재물은 그의 면류관이요 미련한 자의 소유는 다만 미련한 것이니라 (잠 14:24) -
에벤엘 가족과 자원봉사가 같이 즐겁게 횡성 숲체원 나들이를 다녀오고 난 이후 한울예술단 대표 김병엽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창립 된지 1년이 된 한울예술단은 그 동안 회식다운 회식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횡성 숲체원 나들이에 예술단 단원들을 초대 해주어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해왔습니다. 김병엽 선생은 이어 한울예술단에서 7월 23일에 창립 1주년을 맞아 사당동에 있는 식당을 빌려 약식으로 나마 자축 공연과 저녁 식사를 하려 하니 시간을 내어 모임에 와주시면 고맙겠다며 모임에 초대를 해 주었습니다.
나는 흔쾌히 참석하겠노라 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처음 만난 내담자가 김 선생이어서 누구보다 평소 김 선생님의 재활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었습니다. 그는 건축 사업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실명으로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였으나 상담에 참여하면서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시각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한참 지나서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밖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재활의 시기를 놓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재활상담은 중도에 시각장애로 심리적 불안을 겨고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심리적 안정과 자존감을 갖게 하므로 재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재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도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상담 시기에 따라서 재활 과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담을 일찍 받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상담에 참여하려는 의지입니다. 종종 상담에 참여하고 싶다며 내담자로 부터 전화가 걸려오는데 마음과 달리 머뭇거리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내담자가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상담을 받고 싶지만 주저하는 내담자를 위해 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상담을 제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담에서 내담자가 상담에 참여하게 되면 내담자의 문제가 반은 해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 만큼 스스로 적극적으로 상담에 참여하고 재활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김 선생님은 그 당시에 상담에 참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한 번도 빠짐없이 상담에 참여하면서 상담사의 조언에 따라 재활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해 갔습니다.
1주년 기념 모임 시간이 다가오자 한울예술단 단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원들은 주로 안마사로 일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안마사협회 강당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 10여명의 단원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한 주일 동안의 근황을 묻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문득 든 생각이 내가 내담자 김 선생님 한 사람을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의 도움을 주었는데 그 후 김 선생의 재활로 말미암아 한울예술단이 창립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시각장애는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었지만 10여명의 단원이 모여 한 명 한 명이 울타리가 되어 서로에게 버팀목을 만들고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단원들이 모이자 참석했던 한 사람씩 소개를 하면서 자신이 에벤엘 선교회에서 진행 하고 있는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에 참석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 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그 당시 독립보행을 할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외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담에 참여하고 싶지만 상담 장소인 흑석역 근처 올리브밥 카페에 올 수 없었던 김 선생님을 위해 나는 에벤엘 자봉학교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았던 자원봉사자를 섭외해 청량리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김 선생에게 보냈습니다.
김 선생님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자원봉사자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돈을 드리려 했지만 자원봉사자는 굳이 사양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돈을 받지 않고 대가 없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됐다고 했습니다. 사업을 할 때 김 선생은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방의 돈을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오게 하려고 고민 했는데 어떻게 대가 없이 이런 봉사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이해가 안되었던 것이 지금에서야 자원봉사를 통해 봉사를 하는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도움을 받아보니 도움을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이 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가없이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손해를 입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물질로 채울 수 없는 마음의 넉넉함을 더하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이 자원봉사를 합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나눌 수 없는 것은 삶의 결핍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넉넉지 않는 삶을 살더라도 나눌 수 있는 것은 삶의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 (한국에벤엘선교회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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