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고전 1:27) -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마치면서 해외 언론은 2018 동계 올림픽은 평화와 IT 기술의 면모를 보여준 역사상 성공적인 동계 올림픽이었다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적어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외국 손님을 불러놓고 안방 손님이 적다면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막식 행사를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긍심을 느꼈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열정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경기장의 입장표가 매진될 정도로 올림픽은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되면서 희망을 갖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재미없는 운동경기라고 생각 했던 것도 경기의 규칙을 알게 되면 재미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스포츠가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축구나 야구를 했습니다. 운동 경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운동 경기를 보는 것 역시 재미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에 TV에서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는 없었고 대부분 백인들만의 잔치로 비춰졌습니다. 테니스 경기는 무엇보다 빠르고 강하게 코트 구석을 찌르는 서브가 경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정상급 선수의 서브 속도는 대략 시속 170 ~ 180㎞라서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메이저 선수가 되기 힘듭니다. 그 때 TV에 비춰진 선수들은 주로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 선수가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일어났습니다. 슈퍼스타 조코비치를 꺾은 정현 선수에 대한 박수와 찬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정현 선수에게 전 세계가 열광했습니다.
심한 약시인 정현은 어린 시절 치료를 목적으로 테니스 코트에 발을 들였습니다. 책 대신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을 많이 봐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을 초록색 테니스 코트에 세웠습니다. 부모는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정현 선수의 약점 때문에 제한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피는 속일 수 없었습니다. 테니스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증명하듯 테니스에 푹 빠지며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테니스의 미래임을 증명 하더니 2015년에는 ‘ATP 서배너 챌린저’ 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차세대 테니스 황제 자리를 노리는 21세 이하 또래 경쟁자들과 출전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ATP 투어 통산 첫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두 달여 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대회 4강에 올랐습니다. 58위이던 세계 랭킹도 이번 대회를 통해 29위로 역대 최고를 경신 했습니다.
정현 선수는 신장 188㎝, 체중 87㎏의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테니스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고도 근시와 난시로 교정시력이 0.6 미만입니다. 일반인이 쓰면 빙글빙글 도는 두꺼운 안경을 써야만 합니다. 안경 없이는 생활이 힘들 정도입니다. 움직임이 격렬한 운동인 테니스를 할 때도 필수입니다. 실내건 야외건, 조명이 있든 없든 코트 환경에 관계없이 고글을 꼭 써야 합니다. 테니스 선수 중 고글을 착용하는 선수는 드뭅니다. 고글을 쓴다고 해도 대부분이 보호 목적이거나 주간 경기일 때 눈부심을 막기 위한 용도입니다. 정현은 경기 중 땀을 닦기 위해 고글을 수십 번 고쳐 쓰는 불편 속에서도 모든 것을 실력으로 극복했습니다. 고글을 벗고 땀을 훔치는 모습은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습니다.
정현의 한걸음 한걸음은 한국 테니스의 역사입니다. 고글 속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망설이다가 선택을 지체하여 집중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은 자랑하려고 하고 단점은 감추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약점을 잘 살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예상치 않은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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