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여호와는 그 성전에 계시니 온 땅은 그 앞에서 잠잠할지니라 하시니라 (합 2:20) -
에벤엘 미션홈을 운영한지 20여 년 동안 적지 않은 사연이 있었지만 장애인 선교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선교 사역에 관심을 가진 후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에벤엘 미션홈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으로서 개인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받지 못해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벤엘 미션홈을 계속해서 운영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선교적 사명을 생각하면 운영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계속해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재작년 7월 즈음에 서울시 장애인정책과 법인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한다고 했더니 공동생활가정은 지원을 받아도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있어도 돈이 안 된다고 하는데 예산 지원 없이 에벤엘 미션홈을 20여 년간 운영을 했을 때 얼마나 어려움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 년 전 에벤엘 미션홈을 운영하다 일손이 부족하여 구청 사회복지과 팀장을 만나 요청을 한 결과 구청으로부터 공공근로인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공공근로인 지원으로 에벤엘 미션홈의 환경 미화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공근로인은 6개월마다 교체 연장이 되는데 미션홈은 생활시설로 남성 보다는 여성분이 할 일이 많을 거 같아 우리는 가능하면 여성 공공근로인이 오셔서 도와주셨으면 하고 문의를 드렸지만 여자 분은 없다고 하셔서 이번에도 남성 공공근로인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새로 소개받은 공공근로인은 남성으로 과거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새로 오시는 공공근로인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다양한 사연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지금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과거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모습은 현재일 뿐입니다.
이번에 에벤엘의 집에 파견된 공공근로인 ㅇ집사님과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은행 본점에서 여신을 담당하는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잘 나갔다고 합니다.
그가 하는 일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판단하여 금융지원을 해주는 업무를 했다고 합니다. 대출을 해 줄 때는 재무제표를 보고 재무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대표의 생각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금융지원을 받으러 온 기업의 대표와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회사에 대한 대표의 진정성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신뢰가 가는 기업의 대표는 말에 일관성이 있었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 대표는 말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술 한 잔 마시지 않는 이 분은 타고난 노력으로 본점 부지점장 급까지 올라갔으며 본부장으로부터 업무 능력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지만 근무하던 ㅅ은행이 ㅈ은행과 합병하면서 명퇴를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1997년 IMF관리체제로 많은 은행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고 직장을 잃자 스스로 목숨을 끓는 일들이 일어났을 때 당시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명퇴를 당하고 보니 그때 그분들의 처참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50세에 은행에서 명퇴하여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하고 투자 이민으로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고 합니다. 시카고는 아내의 부모가 살고 있었으며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인 분위기이어서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였다고 합니다. ㅇ씨는 은행원 출신답게 투자에 신중한 편이어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 하려 하였지만 처가에서 그 모습을 두고 우유부단하다고 투자를 재촉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법인 형태의 세탁소를 인수하여 운영을 하였는데 부실한 사업체를 비싼 가격으로 인수한 것이어서 정작 자신의 사업은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서브모기지 사태까지 일어나며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고 합니다. ㅇ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ㅅ은행에서 2년을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돈을 벌어 미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가족은 4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하고 월세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빚도 갚아야 했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약간의 임대료를 내고 밑천이 들지 않는 어묵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장사를 할 줄 몰라 어려움을 겪다가 인공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며 손님들이 늘어나고 잘 되기 시작 했는데 주변 상인들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며 집 주인을 꾀어 어묵장사를 못하게 하였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 겪다보니 사는 것은 너무 힘들고 삶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ㄱ 교회 ㅅ 목사님을 만나 영적 갈증을 해소하면서 지금의 시련이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가는 은혜로 체험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인생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잘 한다고 해서 결과도 잘 되는 것은 아니며 생각 외로 예상치 않는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며 과연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길 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 (에벤엘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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