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려의 힘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 4:13) -
12월 20일에 사당 문화회관에서 한국 에벤엘 선교회(전명훈 목사)에서 후원하는 한울예술단이 송년 음악회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춥지 않아 공연하기에 좋았습니다.
한울예술단원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 공연을 여는 것이 시기상조라 생각했지만 공연을 하게 되면 준비를 위해서라도 더 연습을 하게 되어 단원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홍보부족으로 관람석 자리가 많이 비었지만 단원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했던 곡들을 무대에서 모두 쏟아냈습니다. 예산도 없이 예술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는데도 김병엽 선생은 자신의 생활도 어려운데 사비를 털어 한울예술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어려운 재정에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원들 대부분은 중도 시각장애로 좌절을 겪어 삶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단원들은 긴 시간의 방황을 거쳐 현실을 맞닥뜨리고 시각장애인으로서 만만치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활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잠시나마 장애를 잊고 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장애가 있다 해도 행복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시각 장애는 선천적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은 90%가 후천적 시각장애입니다. 단원들은 과거 건축업에 종사한 사람도 있고 등하교 교사로 근무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단원들은 다양한 직업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중도 시각장애로 인해 주저 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러 사연을 가지고 있는 단원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좌절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울예술단 단장인 김병엽 선생은 5년 전에 에벤엘 선교회에서 진행하는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에 내담자로 참여하여 재활과정을 마치고 뜻 깊게도 2017년에 한울 예술단을 창립했습니다. 나는 김병엽 선생이 예술단을 창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병엽 선생은 강한 추진력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 모아 예술단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 그늘진 사람들에게 새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처음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의욕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를 겪으며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점자를 배워 글을 읽는 방법을 익히고 흰지팡이 사용법을 배워 단독 보행을 연습하고 소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를 활용하여 컴퓨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낮선 환경으로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것이 재활교육과정을 거치며 시각장애인도 재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재활교육의 신비입니다. 시각장애로 모든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졌기 때문에 마치 어린 아이가 첫 걸음을 떼듯이 하나 하나를 배워가야 합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비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은 비장애인을 위한 맞춘 인프라가 이미 깔려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사회 적응 훈련을 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비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으면 비장애인들도 생활하는데 많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장애인을 위한 완전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차도 옆 보행로에는 노란색 점자불록이 깔려 있어 시각장애인이 보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내가 매일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할 대 점자불록을 따라가는데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는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앞이 안보여도 노란색 점자불록을 따라 걷다보면 내가 바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점자불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 이상입니다.
작년이었습니다. 내가 매일 밟고 다니던 점자불록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나는 무척 당황하여 동작구청에 전화를 했습니다. 왜 멀쩡한 점자불록을 교체했느냐고 물었더니 점자불록이 깔려 있으면 유모차가 다니는데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아 점자불록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비장애인이 점자불록이 불편하면 눈으로 점자불록 피해서 유모차를 끌고 가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맞는 말씀이라고 구청직원이 대답 했습니다. - 계속 -
- 전명훈(한국 에벤엘 선교회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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