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찬란한 빛깔로 빛냈던 갖가지 색의 접시꽃들의 여운이 채 가시기전 기다림의 언약조차 없었지만 제철임을 알고 만개한 코스모스와 억새들은 잘도 어우러져 가을의 문턱을 누비는 모습이 정겹다.
어느 해인가 이맘때 생일을 맞이한 내게 앳된 소년이었던 아들이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의 시집을 건네주었던 오래전의 세월을 문득 더듬으며 아주 세월의 저 멀리에 와있는 나와 중년의 자리에 와있는 아들을 떠올려 피식 웃어도 봤다. 하늘은 온통 ,어떤 화가가 푸른 화선지에 흰 물감을 자기의 상념에 따라 끼얹은 듯 구름의 모양새가 기이한 세계가 펼쳐진 듯 창조주를 찬양케 하는데 정녕, 이 계절은 결실의 계절임이라 그러나 나의 꿈꿔왔던 세계는 칠흑처럼 덮여져 요동하지 않듯 무엇으로 풀어야할지...
한 영혼에 대한 관심, 바램, 기다림~ 이런 것들에 대하여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달려 왔지만 "오늘"만이 최선의 날들임을 깨닫는 자리에 훌쩍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그래도 갖가지의 변명으로 나를 안위하고 싶은가 보다. 내가 믿는 예수 ,내가 손잡았던 예수...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분이 나를 택했고 그분이 나를 잡아 주셨는데 수없는 방황과 나의 변명으로 그분을 맞추려고 애썼던 해프닝들, 숱한 모순들 속에서도 벗겨지지 않았던 가면 나를 더더 슬프게 하는 듯하다. 성경속의 40년 광야길 보다도 더 돌고 돌았던 내 광야의 시간들!! 죽을 만큼 헌신하지 못했고 배려하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던 내 발자국 이었는데 오늘도 나는 그분, 주님 앞에 참 자유한 것처럼 나만의 굴레에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
암 수술을 받은 친구를 병문안 갔는데 그냥 돌아서왔다. 머리로만 예수를 이해하는 친구와 식사를 나누면서도 그랬다. 세상의 안일함에 묻혀 살아온 이들에게 믿음의 정의, 예수님의 생명을 전하기엔 너무 힘든 것이지만 내겐 그들을 향한 말씀 기도의 분량이 채워지지 않음이었겠지. 엊그제 늦은 밤, 추석 달맞이 꾼으로 북적대는 양재천 다리위에 나도 비집고 섰다. 실바람과 함께 둥그런 보름달을 내 심장에 끌어 들였다. 황혼의 나이에 무엇을 바라겠냐만 내가 안타깝게 품고 있는 영혼의 모습 모습을 그 보름달 속에밀쳐 넣어보며 정겨운 모습을 찍어 손녀에게 보냈더니 요한 14:28의 말씀이 카톡에 전해 왔다.
내가 갔다가 너희에게로 온다하는 말을 너희가 들었나니 나를 사랑하였다면 나의 아버지께로 감을 기뻐하였으리라 아버지는 나보다 크심이니라. 어린손녀는 왜 이 말씀을 내게 보냈을까?
나름대로 누구에게나 인생의 여정이 그렇게 평탄한 것은 아니겠지만 굽이굽이 그 딛고온 광야의 길은 험하고 힘들고 인내해야 했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이었고 다시 되돌아 가보려 해도 알고는 갈 수 없는 그곳은 그러나, 그러나, 오늘의 나를 구워낸 그 광야를 나는 많이 사랑하고 싶다. 이제 소리 없이 오고가는 계절들이 그래도 철따라 흔적들을 무성하게 남기듯 내가 소리 없이 울며 웃으며 밟아온 세월의 그 땅에도 믿음의 꽃 한 송이 피어나길.....
나는 내게 맡겨진 오늘 한날도 감사함으로 사랑했다!!
충신감리교회 김갑중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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