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전 5:17) -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을 한지도 벌서 4년이 되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는 세상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불안과 절망을 겪고 어떤 장애보다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여 상담을 꼭 필요로 합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에서는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짧은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큰 기대를 가지고 오는 내담자는 이내 실망을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상담을 받게 되면 전혀 생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것이 재활상담의 매력입니다.
내가 시각장애를 겪은지 1년이 지난 즈음 재활상담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었던 안요한 목사님을 만나고 도움을 받으며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를 되돌아 볼 때 만일 내가 안 목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재활은 늦게 시작되어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인도하셨음을 느끼게 합니다. 재활상담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내담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내담자에게 알려지지 않아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모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전문가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인터넷 정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입니다. 문득 라디오 방송 매체를 통해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을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마침 KBS 3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있었습니다. ‘내일은 푸른 하늘은’ 사회자와 출연자가 대화를 나누는 프로입니다. 나는 거기서 중도시각장애인재활상담 프로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중도에 시각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 시각장애를 겪고 있던 김병엽 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내일은 푸른 하늘’ 프로를 듣고 나서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실명한지 1년 밖에 안 되었으며 갈 곳이 없어 노숙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쉽터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하고 있는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상담카페를 소개하면서 상담을 받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참석하고 싶지만 안내자가 없어 이동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나는 김사라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 김병엽씨를 재활상담을 하고 있는 흑석동에 올리브밥 카페로 오시게 했습니다. 상담카페에 도착한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김병엽씨는 대학에서 트럼폰을 전공하였으며 당료로 실명하기 전까지 건축일에 종사하였다고 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사를 한 것이 남산 케이블카 터미널이였다고 합니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날마다 잘 될 것처럼 생각 되었지만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니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사업을 끌고 갈 수 없었고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었으며 가족과 헤어져 갈 곳 조차 없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청량리 노숙자들이 머물고 있는 쉽터에서 생활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담에 참여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시각장애인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담을 받으면 시각장애인도 재활 교육을 받아 충분히 재활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며, 중도시각장애 재활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같은 시각장애를 겪고 있어 공감대가 형성되어 내담자가 마음의 문을 잘 열 수 있습니다. 이후 그는 상담에 빠짐없이 참여했으며 그 해 8월에 ㅎ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기초재활 교육을 받았는데 몹시 힘들어 했습니다.
재활과정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장애인이 되기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인데 그는 더 이상 사업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김병엽씨에게 안마를 배워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종은 안마라고 생각했던 것은 안마는 시각장애인만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경쟁이 심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만큼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사단법인 안마사협회 수련원 과정에서 2년 동안 안마를 배웠지만 안마를 하는 것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김병엽 씨에게 “음악을 배우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을텐데 음악 활동을 하면 적성에도 맞고 좋지 않을까”라고 했답니다. 친구의 조언에 김병엽 씨는 음악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물론 나 역시 처음 상담을 했을 때 음악에 관해 조언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재활 과정을 통해 비로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것입니다. 음악 교사로 있던 대학 동기의 소개를 받아 해성여고 전 음악 교사, 독일에서 유학했던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울 예술단을 창립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중창단 연습을 하고 있으며 5월 달에는 3차례 공연이 있다고 하면서 삶의 활기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실명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다시 찾아 희망찬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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