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이같이 큰 사망에서 우리를 건지셨고 또 건지실 것이며 이후에도 건지시기를 그에게 바라노라 (고후 1:10) -
후배 목회자의 소개로 진주에 살고 있던 은총 형제와 그의 어머니를 재활 상담을 위해 대전에서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는 큰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여 생존 확율이 20%밖에 안된다 하여 장기 기증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수술이 잘 되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앞을 볼 수 없었으며 뇌신경 장애로 냄새조차 맡을 수 없는 이중 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실명은 그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으며 후각의 장애로 맛조차 느낄 수 없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은총 형제는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만난 사람처럼 친근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교통사고 이후 장래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재활 정보를 전혀 접할 수 없었으며 재활에 대해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은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게 되면 재활 정보를 몰라 5~6년을 허송 세월을 보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무엇인가 시작하려고 하면 보내버린 시간이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재활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재활상담에는 심리상담, 직업상담, 복지상담, 가족상담 등 내담자의 욕구에 맞게 진행하기 때문에 맞춤형 상담이 진행되며 상담을 받기 위해 혼자서 보행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은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재활 상담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는 내담자를 찾아가는 상담이 많아져야 합니다. 나는 은총형제에게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맹학교에 진학하여 좋겠다고 했고 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 친구를 만나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친구와 사귀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도에 시각장애를 겪다 보면 사고 이전에 친구관계가 멀어져서 고립된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친구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를 만나고 나서 은총이와 엄마는 곧바로 대전 맹학교에 가서 입학 상담을 받았고 작년에 대전 맹학교 고등부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그 후 종종 은총이와 전화로 안부를 물었고 은총이는 학교에서 잘 적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은총이가 어려운 환경을 잘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인터뷰에 담기 위해 6월 8에 대전으로 내려갔습니다. 2년 만에 다시 만나기 때문에 어떠한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약속 장소인 대전 맹학교 기숙사 휴게실에서 잠깐 기다린 후 수업을 마치고 오는 은총 형제와 반갑게 만나 채플실에서 은총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는 재활 상담을 받고 재활 과정을 성공적으로 밟고 있는 내담자를 취재하여 실의에 빠져있는 중도시각장애인에게 재활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은총이는 실명 이전의 생활, 실명 이후 상황과 상담을 받고 나서 재활과정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는 수술 이전의 모습과 수술 이후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수술 이전에 찍었던 스마트폰에 담긴 자신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었는데 이때도 함께 만났던 서 선생에게 자신의 사고 전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도 이전에는 잘생긴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언의 메세지로 들렸습니다. 은총 형제는 실명 이전에는 말썽도 많이 피웠으나 지금은 신앙생활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3명으로 구성된 찬양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가 학교에 방문했을 때 은총 형제는 드럼을 친구인 승엽 형제는 베이스 기타로 연주를 들려 주었는데 제법 연주를 잘 했습니다.
은총 형제는 목요일에 채풀실에서 예배 시간에, 주일에는 맹학교 근처에 있는 글로리교회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봄 방학 기간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G12 선교 캠프에 참가했고 돌아오는 여름 방학에는 싱가폴에서 열리는 국제 컴퍼넌트에 참가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활동들을 활기차게 이야기 하는 은총 형제의 목소리는 생기가 넘쳐났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식사를 위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면서 맹학교 학생들이 잘 가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그 를 잘 알고 있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웠습니다. 은총이가 친구들과 함께 이 식당에 오면 돈이 없어 가격이 저렴한 대패 삼겹살을 먹는다고 하면서 주인이 고기를 직접 구워 준다고 했습니다. 나는 은총이와 승엽이가 고기를 잘 먹을 것 같아 생삼겹살 8인 분을 시켜 주웠더니 고기를 굽는 동시에 고기를 빨리 해치우는 것이었습니다. 서 선생님이 고기를 굽다보니 고기 한 점 먹지 못하고 고기만 구운 듯합니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밥을 볶아 먹은 후에야 비로서 배부르다고 했습니다. 잘 먹는 모습도 기특해 보였습니다.
나는 다시 서울로 귀가해야만 했기 때문에 은총이 승엽이와 아쉽게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면 변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은총 형제의 재활 과정은 실의에 빠진 장애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실명의 아픔을 딛고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인생의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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