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
에벤엘 미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철성 형제가 4월 12일 KBS "고맙습니다" 프로에 출연하였습니다. 주일 예배 시간에 만나곤 했지만 TV를 통해 보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철성 형제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로 어려움이 있는데다 대장암까지 걸려 3중고를 지닌 채 마라톤을 유일한 삶의 희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장애에도 벅찼을 텐데 3중고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철성 형제는 맹학교에서 안마를 배웠지만 청각장애가 더해져 안마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안마는 단지 손가락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로써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면 안마를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던 그는 우연히 맹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육상에 재능을 발견하여 10여년 전부터 마라톤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그의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59분이며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4관왕을 한 적도 있답니다.
지금은 항암 치료로 체력이 많이 약해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 암으로 인한 건강 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라톤 경기에서는 일반인처럼 거침없이 달리는 그도 거리로 나와 혼자서 보행을 하게 되면 두려운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게 되는게 현실입니다.
이철성 형제가 눈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중학교 때부터 였다고 합니다. 단순히 밤 눈이 어두운 거라 생각했는데 실명을 할 거란 두려움에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볼수도 없고 듣는 것도 어려운 데다가 대장암까지. 이철성 형제는 자신의 몸이 감옥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의 장애도 버거울텐데 더해지는 장애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요.
철성 형제는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 날은 남산 산책로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남산 산책로는 나무가 줄지어 있어 그늘도 만들어주고 산책로를 따라 물도 흐르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조성되어 한적하니 시각장애인들이 운동을 하는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산 산책로 A 코스에서 B 코스까지 거리는 약 4km로 5번 왕복으로 뛰면 40km 가량 되므로 마라톤 연습을 하는데 좋은 조건입니다. 이철성 형제는 남산 산책로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함암 치료를 견뎌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마다 체력이 급속히 저하되었고 심리적으로 우울증세도 있었지만 마라톤으로 암을 극복할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철성 형제에게 마라톤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는 그에게 천군만마와도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마라톤을 할 때 눈이 보이지 않아 자원봉사자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끈을 잡고 뜁니다. 그렇게 호흡을 맞추면서 달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철성 형제와 마라톤을 함께하는 김영아 자원봉사자는 끈을 통해 철성 형제와 신호를 하고 소통을 하면서 5년째 함께 10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습니다. 1000km는 서울과 부산 왕복 거리보다 먼 거리이기도 합니다. 김영아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다리가 철성씨를 돕는데 쓰이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철성 형제와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 걸음 한 걸음이 1000km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철성 형제는 평소에 회현동에 있는 헬스장에서 실내 러닝머신으로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자원봉사자를 만나 연습할 때는 남산 산책로를 찾는데 밖에서 자원봉사자와 같이 달릴때면 날개가 달린 듯 눈을 뜨고 달리는 것 같다고 얘기 합니다. 자원봉사자에게 가장 고마웠던 적은 영하 9도의 추운날에 남산을 3바퀴를 돌아주는걸 보고 눈물겹도록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가족도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이웃에게 대가도 없이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도움을 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는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 같지만 물질로 보상 받을 수 없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철성 형제는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달리고 있습니다. 2017년 봄꽃 버킷 레이스에 참가한 그 날도 가볍게 15km 완주에 도전했습니다. 대장암 수술이후 균형 감각이 많이 떨어져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자원봉사자와 달리며 자신에게 모든걸 맞춰주는 그 발걸음에 힘을 얻습니다. 자원봉사자 또한 이 사람을 도와주면서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철성씨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철성 형제가 말합니다 “눈도 귀도 안 좋고 말도 통하기 힘든 나와 같이 뛰어주고, 앞으로도 30년은 같이 옆에서 뛰어주겠다 하는데 너무 고맙더라고요.”
이철성 형제는 다음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지금도 자원봉사자와 달리고 있습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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