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때 인도 뭄바이에서 신당으로 꾸며 놓은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그곳에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머리를 하고 팔다리가 여러 개인 힌두교 신상들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의 한 구절,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상, 예수상도 한데 모여 있는 기이한 광경을 보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 나무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무엇을 믿든 상관없어. 모든 종교가 똑같거든.”
기분 좋은 말이고, 인기 있는 말이다. 제법 그럴 듯하게 들린다. 우리는 종교들을 ‘산에 오르는 길’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문화마다 영적 진리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그 차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여긴다. 간디도 그런 식으로 말했다.
“여러 종교는 한 지점에서 만나는 여러 길과도 같다. 어차피 모두 같은 목적지에 이를 텐데 다른 길로 간들 무슨 상관인가.” - 마하트마 간디 -
그러나 간디가 틀렸다(물론 내 주장이다). 모든 영적 길이 똑같은 목적지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각 종교의 독특한 가르침과 문화, 역사를 무시한 결론이다. 또한 모든 종교 이면에 있는 인간 보편의 딜레마를 놓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뒤집힌 산이 종교를 더 정확히 묘사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모든 종교는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모든 종교는 삶을 대하는 인간 반응의 집합이다.” - 윌리엄 제임스 -
종교는 혼돈에 빠지고 결핍에 허덕이며 불의에 시달리는 세상에 각 문화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종교는 죽음에 느끼는 만국공통의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이다. 종교는 죽음에 느끼는 만국공통의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상을 최대한 통제하려고 하는데, 바로 종교는 이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즉 종교는 우리가 세상을 실제로 통제한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종교는 두려움이라는 하나의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점점 간격이 벌어져 결국은 서로 완전히 다른 곳에 이른다. 어떤 길은 평화롭고 어떤 길은 폭력적이다. 어떤 종교는 화합을 추구하고 어떤 종교는 불화를 조장한다. 어떤 이들은 신을 믿고 어떤 이들은 이성에 희망을 건다.
- 스카이 제서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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