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신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 (시 145:1) -
선교사역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계획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하나님이 인도하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에벤엘 선교회를 창립했을 때 우리는 선교의 대상을 국내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으로 한정하여 선교를 시작했는데 그것은 국외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애의 특성상 시각장애인만을 전문적으로 선교를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내가 시각장애를 겪어서 누구보다 시각장애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선교사역을 하던 중 계획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신학교 동기 선교사의 소개로 중국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하은혜 선교사를 소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중국에서 선교를 하던 중 조선족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시각장애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각장애인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조선족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성경을 한글 성경을 읽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성경을 읽게 하려면 한글점자를 보급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중국에는 중국어로 된 점자성경이 있지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조선족 시각장애인은 중국어도 서툴고 중국성경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한글점자 성경을 보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는 한글 점자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어 한국에 돌아와서 한글 점자를 가르쳐줄 곳을 수소문 끝에 에벤엘 선교회를 찾아와서 나에게 협조를 청했던 것입니다.
나는 기꺼이 협조하기로 했으나 선교를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가장 큰 어려움은 안내자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김정호 전도사를 안내해줄 사람이 없다면 중국에 혼자 가야 했습니다. 물론 하 선교사도 동행하지만 그녀는 중국에 남아서 선교를 해야만 해서 안내를 받게 되면 민패를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지체 장애인 고경선 전도사에게 김정호 전도사를 안내해줄 것을 부탁했고 고 전도사는 쾌히 승낙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8월 9일에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시각장애인들에게 한글점자를 보급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김정호 전도사와 안내자로 지체장애인 고경선 전도사를 중국 심양에 단기 선교로 파송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 협력하여 중국에서 선교사역하는 것은 처음일 것입니다.
김 전도사는 생필품과 공부할 점자 교재와 점자 찬송가를 준비하여 안내를 맡은 고 전도사와 중국에서 선교하는 하 선교사와 함께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 제1터미널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연안부두까지 가는 차량은 N.S.M이라는 선교회에서 도와주워 선착장까지 갈수 있었습니다. 김 전도사와 일행은 11시 반경에 진양으로 가는 진인해온 소속의 배에 올랐고, 다음날 12시경 중국 진양 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심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드디어 다섯 시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심양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선족 형제가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고 김 전도사와 일행은 택시를 타고 얼마간 이동하자 선교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점자 교육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날 시각장애인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하 선교사는 마중을 나갔습니다. 하얼빈에서, 심양에서 그 밖의 여러 지역에서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그곳에서 예배는 하루 세 번 드렸으며, 저녁 Q.T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때 말씀은 시편 145편의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Q.T 시간은 하 선교사의 인도로 진행 되었는데, 그 때에 말씀에 대해 은혜 받았던 것들을 이야기 하거나, 아니면 그날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또 무엇을 느꼈는지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자를 배우려고 왔던 최상원 선생이 고백을 했습니다. "나는 말씀은 잘 모르지만, 다윗이라는 사람이 왕이었다는데, 나는 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그 왕이라는 다윗이 하나님을 왕이라고 불렀다는데 나도 그 왕이신 하나님을 나의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하나님을 잘 알지 못했던 최 선생이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김 전도사는 가슴이 찡했다고 했습니다. 성경도 잘 모르는 시각장애인의 신앙고백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에 한글점자를 보급을 하면서 조선족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점자성경, 점자찬송가, 듣는 성경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나는 중국 선교를 전혀 계획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선교의 지경을 넓히셨습니다. 항상 경험하지만 선교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게 하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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