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시각장애인 활동 도우미로서 긴장을 뒤로 한 채 처음으로 활동을 나갔습니다. 사전에 미리 교통편과 약도 등을 확실히 파악해 두었던 터라 비교적 찾아가기가 수월했습니다. 그날은 두 군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 방문지는 관악구 봉천 5동의 어느 임대아파트 단지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전신화상을 입은 시각장애인 남자였습니다. 그분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고 그의 아내와 두 아들까지 돌보던 다섯 식구의 가장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전신화상을 입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의 아내가 남편을 대신하여 파출부 일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그날도 그의 아내는 파출부 일을 나가고 집안에는 그의 노모와 둘째 아들이 집에 함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화상을 입은 그 시각장애인의 얘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신은 외모에 너무 콤플렉스가 있어서 활동도우미하고 같이 다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를 부른 이유는 모친의 병원 외출 도우미를 부탁하려고 저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라매 병원에 그의 모친을 모시고 갔다가 진료가 다 끝나고 나서 다시 노모를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끝나서 모친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팔순의 노모는 틀니를 빼서 물 컵에 담아놓고는 냉커피를 한잔 타서 주시면서 저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김병문(활동도우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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