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마치 옛 고향의 어머니를 만난 듯 너무나 정겹고 포근한 분위기였습니다. 과거에 이들 가족들은 모두 이곳 아파트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교회에 다녔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집안의 가장이 전신화상을 입게 되었고, 그일 이후에 그 가족들은 결국 단 한사람도 교회에 다니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 제가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 한 구절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주님! 만약 저를 활동도우미로 인도해 주신다면 주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저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 가족들이야 말로 진정 하나님의 잃어버린 양들이로구나! “주님은 이곳에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이 필요해서 이 부족한 나를 보내 주셨구나”라는 영감이 퍼뜩 스쳐지나 갔습니다.
저는 노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님 옛날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속담 말입니다.”라고 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습니다. “만약에 무신론자들의 주장처럼 천당과 지옥이 없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만약에 반대로 천당과 지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보통일이 아니지 않겠느냐고...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속담대로 그대로 행하여 교회를 다니면서 예수를 구주로 믿은 사람들은 성경 말씀대로 다 구원을 받겠지만, 반대로 이 속담을 우습게 여기고 주님을 떠나서 살아간 사람들은 결국 지옥으로... 제가 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노모는 자기가 지금이라도 결단하면 교회에서 차가 모시러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양들은 누구나 그 결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분가량 오버해서 노모와 담소를 나누다가 다음 도우미 활동을 위해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제가 작별 인사를 뒤로 하고 아파트 주차장을 가로 질러 약 100m 가까이 가다가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까, 노모가 5층 난간에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순간 마음이 찡했습니다. 저도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면서 답례했습니다. 그리고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저의 마음속 저편에서부터 뿌듯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우리를 사용하십니다. 비록 우리가 시각장애인 도우미 활동을 인하여 그들을 돕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의 가슴시린 삶을 통하여 우리가 진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끝)
김병문(활동도우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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