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말 그대로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온갖 소리가 섞여 들리는 어둠 속에서 일평생을 사는 나의 일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한다 한들 비장애인으로선 섣불리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시각장애를 제외한 다른 신체장애의 경우, 전동휠체어와 같은 보장구, 저상버스나 리프트 차량이 있다면, 불편함은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뉴스를 들어보니 양팔이 없는 사람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고 하더라. 직접 운전을 해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니... 나는 두 다리가 멀쩡하게 움직이는데도 짧은 외출에 목숨까지 걸어야 하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작년 추석의 일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내 고향 진안에 갈 수가 없었다. 명절선물을 사서 고향에 보내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지만, 혼자서는 물건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활동보조서비스는 하루에 7시간. 그마저도 일요일에는 오지 않는다. 고민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애인 콜택시에 전화를 했다. 내가 명절선물을 사고 싶은데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으니 혹시 나를 위한 안내인을 붙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장애인 콜택시에선 마트까지 차량운행은 해 줄 순 있으나 운전기사와 함께 들어갈 순 없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면 활동지원사가 배정되어 있지 않냐면서 그 시간을 활용하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든 명절선물을 사겠노라 다짐했다. 오후 6시. 고민 끝에 새만큼 콜택시에 전화를 걸었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ooo아파트 oo라인 앞으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라고 배차를 요청했다. 집 밖에 나오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맙소사. 비까지 내리다니. 다행히 택시기사는 빗속에서도 나를 알아봤고, 나는 비에 젖은 택시를 더듬더듬 만지며 손잡이를 잡고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말에 "롯데마트로 가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이니 나를 도와줄 직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출발합니다." 40대 중반쯤이나 됐을 법한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상냥하게 느껴졌다.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의 목소리에 많이 의지하게 된다. 차분한 사람, 급한 사람, 다정한 사람, 사나운 사람. 나를 태워준 택시기사의 목소리에는 나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이 담겨있었다. 괜한 용기를 내어봤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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