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혀가는 신세였지만 당당하게 백화점에 입성했다. 1층 잡화매장에서 호화로운 악세사리 코너을 발견하고 브로치를 고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좋아할만한 작고 단아한 것을 찾는데 내 모든 주의가 집중되었다.
"이건 어때?"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난생 처음 느끼는 오싹함이 내 몸을 관통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낯선 눈들과 마주친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반사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거기도 비슷한 눈들이 또 있었다. 고개를 들어 먼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뿔싸!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사람들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전방위적으로 구경당하고 있었다. 백화점의 그 많은 물건들 중에 제일 눈길을 끄는 기이한 물건이 나였던 것이다. 나는 마비되어갔다. 사냥꾼들에게 포위된 채 수없는 화살을 맞은, 골짜기의 사슴처럼, 아무런 방어도 저항도 못한 채......
브로치를 샀는지 안 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백화점은 이제 치명적인 골짜기가 되어 버렸다. 냉혹한 표정의 사냥꾼들이 화살을 들고 아래에 있는 나를 향해 겨누는 곳. 그 골짜기에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 감미로운 열매의 향기, 풀내음 담은 시원한 바람......다시는 가까이 갈수 없어. 이 몸으로는 세상 어디에도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없어......사람들의 영혼 없는 시선이 무서워......이런 세상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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