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독서실에 앉아 어려운 수험서를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었고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때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간 학원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저와 같은 공부를 하고 시험에 붙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분들은 시각장애인분을 위한 수험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강의를 녹음해 외워질 때까지 반복 하고 또 반복해서 듣는 방식으로 공부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냥 해도 어려운 공부인데,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셨을 지 이야기만 들어도 그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역경 속에서도 목표를 이뤄내신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공부를 포기할까 하는 나태한 생각을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 수험공부에 전념했고, 얼마 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저는 수험생활 때의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분들을 좀 더 알아가고, 또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자봉학교 점자교실을 알게 되었고, 강의를 신청해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첫째 날, 시각장애의 어려움을 체험하기 위해 안대를 끼고 강의를 받았던 건물에서 총신대 입구까지 걸었습니다. 십 여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걷고 나니 긴장 때문에 얼굴이 땀범벅이었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 평소에는 왜 있는지 의아했던 점자블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절실히 느끼고, 시각장애인분들이 겪는 고충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점자를 배웠습니다. 6개의 동그라미로 한글, 숫자, 영어 그리고 문장부호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 이름 석자만은 점자로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름 쓰는 법을 배우게 되어서 뿌듯했습니다. 아직도 점자 일람표를 보지 않으면 점자를 읽거나 쓰기가 어렵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서 점자를 익혀나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세 번의 강의를 듣고 나니,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과 잘 지내고 또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배움을 통해 앞으로 시각 장애를 가진 분들을 돕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찾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좋은 강의를 해주신 한국에벤엘선교회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이수연(자봉학교4기 수료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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