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el ( 2024-01-12 18:04:20 , Hit : 47 ) 
 단독 연주회

    연주자 손가락이
    피아노의 슬픈 코드를 지나간다
    응축된 눈물이 물고기 비늘처럼
    벽면에 스며든다

     바다의 표면엔 갈치의 은빛 날개가
     햇빛에 부서져 내린다

     마침내 피아노에 돛을 달고
     항해에 나선다

     높은 파도에도 연주는 멈추지 않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다는 넓은 무대가 된다
     파도는 관객이 되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태평양 근해에서
     대양이 포말을 토하며 연주된다
     홀로된 섬들이 모여들어 포물선을 그린다
     참치 떼는 음표를 뱉어내며 환호한다

    - 오태근(지체장애3급, 2018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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