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엡 2:10)
초등학교시절 동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차례 남산에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남산까지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대입국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하차하여 숭례문을 걸쳐 비탈길을 따라 회현동 방향으로 올라가면 남산 입구가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놀이터와 옛 야외음악당이 나타났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서울시민들은 주말이 되면 남산에 오르던 사람들로 붐비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려면 계단이 많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힘은 들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정상까지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꼬불꼬불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어느덧 정상남산에 오르는 것이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남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서울이 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북쪽으로는 북악산이, 남쪽으로는 한강이 보였습니다. 남산 주위는 소나무로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남서울대학교 지리정보공학과 오충원 교수로부터 에벤엘 선교회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교수는 시각장애인 네비게이션과 관련된 연구기금을 받았는데, 필요한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신학교에 다닐 때 입니다. 논문을 학교에 재출해야 했습니다. 자료를 찾기 위해 서울대 재학 중이었던 오충원 학생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갔습니다. 그날은 마침 도서관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열람실에는 출입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 후 동대학원 석,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부임할 때까지 장애인선교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 네비게이션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생각하다가 남산걷기대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서울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를 만들어 준 것이 있었습니다. 남산 순환도로를 산책로로 전환한 것이었습니다. 산책로는 호두껍질로 카펫트처럼 길을 내었기 때문에 그 길은 폭신하여 무릎에 부담이 없었으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시각장애인이 혼자서도 충분히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입니다. 산책로는 남산능선을 끼고 회현동에서 장충공원까지 왕복 7km이지만 시각장애인이 서울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남산걷기대회 전날만 하더라도 쌀쌀한 날씨였지만,10월 27일 행사 당일은 포근하고 화창하여 대회를 치르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였습니다. 서울 및 수원에서 온 시각장애인들은 예상 밖으로 오전 11시에 남산산책로 입구 B코스에 많이 모여 습니다. 첫 순서로 에벤엘 중창단의 작은 콘서트가 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중창단은 앵콜을 두 차례나 받았으며, 이어 흰 지팡이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2인 1조로 남산 산책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대부분의 남산걷기 대회에 참가한 8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은 비록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평소에 걷지 못해서인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완주를 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산책을 마쳤을 때 완주했다는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36년이 지난 지금 시각의 장애로 남산은 다시 볼 수 없으나, 남산에서 걷기대회를 하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가 내년 이맘때 쯤 어디에 있게 될지 아무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아는 것은 제가 있어야 할 곳, 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가 있게 될 것이라
전명훈 목사(에벤엘 선교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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