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다. 그들 또래의 문화를 많이 접한 아이들이 그들의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곤 한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어서 혹은 경제적 이유 등의 핑계로 아이들의 문화 생활을 등한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 에벤엘 선교회에서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문화 혜택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도 우리 아이들을 참석시키기 시작했다. ‘해리포터’ 영화를 관람하러 가던 날 우리 아이는 영화 포스터만을 통해서 바라보았던 주인공을 영화 극장에서 보게 된다는 기대감에 들떠 아침도 거른 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신발장 앞에서 제 동생과 나를 재촉하였다. 어디 나갈 채비를 할 때 면 언제나 제일 늑장을 부리면서 애를 먹이던 녀석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극장이라는 데를 우리아이가 처음가보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한 마음과 더불어 어쩌면 우리가 뒤떨어진 부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집을 나서서 극장에까지 가는 동안 아이의 행복해 하는 마음이 그의 조잘거리는 표정과 잡은 손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식 가진 부모라면 다 같은 생각일게다. 무엇이든지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다는......
그러나 그렇게 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에벤엘 선교회에서 많은 부분 덜어주고 계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는 쩌렁쩌렁한 음향에 놀라 제 귀를 막고 나에게 파고들기도 하고, 커다란 화면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머리 셋 달린 괴물의 모습을 보고는 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무서워하다가도 이내 제 손가락 사이로 낄낄거리며 영화보기를 즐기고 있었다.
전명훈 목사님이하 에벤엘 선교회 관계자분들이 행사 선정, 섭외, 이후 식사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애쓰시고, 또 언제나 적절한 선택으로 그때 그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 언제나 처럼 전화로 참석 여부를 물어보시는 간사님의 전화가 은근히 기다려지곤 한다.
- 이재현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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