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구원과 윤리의 통합으로서 사회봉사
1. 구원과 복지
1.2. 구원의 복지적 차원: 구원은 복지의 실현이다.
그리스도가 가져오는 구속은 내면의 인격적, 영적 차원의 구속만이 아니라 전인의 구속이요,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총체적 구속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플라톤화된 이원론적 구원관처럼 육체로부터 영혼의 탈출로서 구원이 아니며, 차안없는 피안적 세계로의 비(非)세계적 구원이 아니다. 그의 구속은 사멸적 육체성까지 포괄하는 육(肉)의 구원이며, 현세적 질서 전체를 포괄하는 세계의 구원이다. 그의 구속은 전포괄적이며 총체적이며 다차원적-영적, 육체적, 개인적, 사회적, 우주적-구원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하늘과 땅을 통일하는 총괄갱신적 구원이며, 정사(政事, principalities)와 권세(powers)로 표현되는 악의 세력들까지 굴복시키는 구원이다(엡1:21,22, 골1:16-20; 2:15). 개혁주의적 구원관은 이처럼 세계현실 전체에 대한 그리스도의 보편통치가 그의 구속을 통해 현실화되었음을 믿는 구원이다. 이 구원관은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의 현재적 실현을 믿는 승리주의적 구원관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삶의 전 영역에서 현실화되는 그리스도의 구속은 복지 영역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코넬리우스 플랜틴가(Cornelius Plantinga Jr.)는 가히 복지 구원관이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을 제시한다.
하나님께서는 사회제도와 경제구조도 구원하시기를 원하신다. 경영구조나 노동구조가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면 그것도 구속함을 받아야 한다. 국민건강 관리체계가 돈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 있다면 그것 역시 구속함을 받아야 한다.
죄로 인해 만물이 타락하였다면 만물이 구속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창조된 원(原)복지는 타락으로 훼손되고 왜곡되었음으로 복지영역은 하나님의 구속이 가장 필요한 영역이라 말할 수 있다.
성경적 구원사상은 사실상 복지 중심적 구원관이다. 성경, 특히 구약의 구원사상은 통념적으로 각인된 이원론적 구원이해와 상반된 실물적(實物的) 구원을 그려내고 있다. 출애굽의 구원은 살인적인 노동조건아래 인권을 유린당하는 히브리 노예들을 구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인간다운 복지사회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는 역사상의 실물적 구원사건이다. 또한 구약성경은 구원을 '정의'(sedaqa)로 이해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는 온 세계의 통치자로서 공평과 정의, 법의 심판자로서 고아와 과부, 나그네로 표현되는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신원하시고 뒤틀려진 정의를 바로 잡는다(시146:6-9). 하나님의 정의(sedaqa)는 가난한 자들과 약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면서 동시에 억압과 착취의 불의한 현실을 심판하는 하나님의 당파적 행위라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구조적'(救助的) 성격을 띤다는 것이 구약적 정의 이해의 가장 핵심적 특징이다. 따라서 법(mischpat)과 정의(sedaqa)로 요약되는 하나님의 정의 개념은 언제나 '관계개념'으로서 인간사회의 공동체 관계에서의 완전성과 올바름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정의로운 행위는 다름 아닌 '공동체의 구원'(Heil der Gemeinschaft)을 의미하며, 그것은 언약의 파트너인 이스라엘 백성 안에 신적 은총에 의해 실현될 '구원의 선물'(Heilsgabe)이다.
김동춘(백석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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