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는 날이다. 찌개가 올려 진 가스레인지에 다시 불을 붙인다. 비행기가 연착된 건 된가? 도착한다는 시간이 한참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다. 휴대전화기를 돌려본다. 배터리가 방전 되었는지 꺼져 있다.
일주일 전이다. 아침밥을 먹던 아버지가 돌연 여행을 간다고 했다. 당신의 일정을 자식에게 알리는 것을 꺼려하는 어른인지라 그러려니 했다. 뭣보다 아버지의 여행은 성당에서 인근 지역으로 가는 성지 순례가 전부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목적지를 물었더니 호주란다. 비행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수도가 캔버라인 그곳을 말 하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일정도 6박 7일이나 된다며 아무렇잖게 말했다.
여행 가방을 들고 안방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꾸러미는 얄팍했다. 평소 성격으로 미뤄보건대 최소한의 짐만 챙겼을 것이다. 우격다짐으로 열어본 가방 안에는 속옷과 면 티셔츠 두 어장, 세면도구가 끝이었다. 당일치기 짐도 이보다 많겠다고 하니 이걸로도 충분하다며 나의 걱정을 물리치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아버지는 잠깐의 외출을 하듯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셨다.
간섭과 관심은 한 끗 차이인가. 마흔을 훌쩍 넘긴 나에게 아버지는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 어둡기 전에 집에 들어와라’ 같은 초등학생에게나 할 말을 했다. 염려해서 하는 지청구라는 건 알지만 하지 않아도 될 근심에 불과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잔소리 쟁이 아버지의 출타를 바랐고 드디어 그 원이 이루어졌으니 만세 삼창이라도 불러야 했다. 분명히 그래야 맞는데 아버지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가 오금을 걷어찬 듯 무릎이 꺾이고 눈물이 쏟아졌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평소 같으면 받지 않았을 터이지만 혹시나 싶어 통화단추를 눌렀다. 아버지다. 예상했던 것처럼 손전화기가 방전되어 일행의 것으로 연락한단다. --계속--
-서혜정(지체장애 3급, 경북),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당선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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