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12) -
2016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종각에서는 새해 타종예식이 있었습니다. 서른 세 번의 종을 칠 때마다 많은 인파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꽝’하는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에 묵직한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기대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는 어제의 해와 다를 것이 없지만 새해에 떠오르는 해는 무엇인가 다르게 느끼게 되는 것은 그만큼 새해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해를 맞이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에벤엘미션홈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이철성 형제가 새해 초 김치냉장고에 들어있던 물병을 꺼내다가 물병을 놓쳐 ‘꿍’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물병이 떨어지면서 냉각기 커버가 부러져 냉장고 문을 닫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형제는 발 앞에 떨어뜨린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 가사 일을 하고 있던 이성숙 간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것은 물병을 꺼내다가 놓쳐 냉각기 커버가 부러진 조각이었습니다. 지난번에도 변기에 치약을 빠트려 물이 내려가지 않아 변기를 드러내는 공사도 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냉각기 커버를 교체해야만 했습니다.
에벤엘미션홈은 개인복지시설로 정부예산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 가전제품을 수리하거나 공사를 할 때 자부담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결국 냉각기 커버를 교체하려고 선교회사무실 가까이에 있는 관악 AS서비스센터에 가기위해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량을 이용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생활이동 차량은 콜택시 시스템으로 전화를 한 시각장애인이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에 차량이 있으면 그 차량은 센터기지국의 신호를 받아 시각장애인이 위치한 곳 까지 찾아갑니다. 즉, 시각장애인의 이동의 편의를 위한 차량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생활이동센터 차량은 중증시각장애인 1급 ~ 3급만 이용할 수 있고 차비도 저렴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생활이동 차량의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긴급히 차량이 필요한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나는 평소에는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차량의 경우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5년 전 부터 사당동에 있는 선교회 사무실에서 2호선 낙성대역 근처 집까지 1.5 Km를 걷다보니 건강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청소기가 고장 나서 서비스센터에 가야만 했는데 마침 서비스센터를 들려 선교회 사무실로 돌아오는 승용차의 스피커에서는 라디오시대 프로가 방송되었으며 진행자가 인상 깊은 사연을 선정하여 청취자와 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청취자는 상계동에 있는 수락산 근처에서 백반을 주 메뉴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식당을 개업한지도 수개월이 되었으나 식당 위치도 좋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도 적어 식당을 정리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인건비는 커녕 임대료조차 내는 것이 버거웠을 때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던 이웃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식당 운영이 안 되어 닫아야 하겠다”고 했더니 할머니는“손님에게 반찬을 두개 추가하여드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식당 운영도 어려운데 반찬을 추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가 말씀한데로 반찬을 2개 추가했고 오히려 밥값을 1000원 내렸더니 손님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방송진행자가 지금은 식당이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식당이 안 되었을 때는 하루에 3만원정도 매상을 올려 인건비를 건지지 못했다”고 했으나 “지금은 장사가 잘 되어 하루 30만원 매상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장사가 잘된것은 할머니 덕이라고 하면서 고마움을 잊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환경은 전혀 변한 것이 없는데 생각의 변화로 뜻밖에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는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을 푸짐하게 주는 식당을 선호하며, 그러한 식당에 손님이 많이 분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덤을 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당 주인이 식당 운영이 어렵게 된 이유를 환경 탓으로 여겼다면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냉각기커버를 교체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가는 수고가 있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청취자의 사연을 통해 나에게 맞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도 들려오는 소식은 녹록지 않습니다. 환경 보다 자신을 돌아 볼 기회를 찾아 시도한다면 더 나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 전명훈 목사(에벤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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