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당선작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처럼 응모자의 작품에 객관적인 점수가 주어질 리 없다. 심사위원 주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단계에 성폭력이나 성추행 관련하여 그 피해자들이 진실을 말하는 '미투(Me Too)'운동이 SNS나 언론을 통해 확산하는 것도 그런 보이지 않는 특정 권력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이리라. 문단 권력이니 그들만의 리그니 따위의 말을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된 공모전에서 그럴 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학공모전 당선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로 가고자 하는 남아있는 내 인생의 소중한 꿈이 걸린 문제 이기도하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나는 단정하고 싶다.
어느덧 저 멀리서 내가 타고 온 낚싯배가 보인다. 출항했던 작금항으로 철수를 위해 나를 태우러 오고 있는 배다. 나는 오늘도 원하던 감성돔을 낚아내지 못했다.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변명은 하기 싫었다. 모두 내 탓이리라. 오늘의 조과로써 곧 있을 신춘문예 심사결과와 가늠하기로 한 나의 거룩한 의식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더 나았다. 항구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나는 그런 의식이란 그저 하찮은 낚시꾼의 징크스일 뿐이라고 자위했다. 내 마음속은 그것을 털어버렸다는 편함과 '그럼에도'라는 찜찜함의 이중적 감정이 교차했다.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색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를 태운 낚싯배는 삼십 여분을 달려 새벽에 출항했던 작금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배에 오르고 내리면서 나는 선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선장도 그런 나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대상어를 잡은 낚시꾼은 좋은 기분에 들떠서 배에 오르자마자 선장과 눈을 마주치고 물고기를 잡은 상황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먼저 이야기 하곤 한다. 그때야 선장은 그 낚시꾼과 말을 주고받는다. 나처럼 못 잡은 낚시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선장의 불문율 같은 배려였다. 나는 무거운 낚시가방을 둘러매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서 긴 방파제를 따라 걸었다. 한겨울이지만 머리 위를 비추는 한낮의 햇볕이 따가웠다. 어깨와 양손에 든 짐이 무거워 방파제 한가운데에서 나는 모든 짐을 내려놓았다. 큼지막한 비행기 한 대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로 날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저 비행기 안 이코노미석 어딘가에 내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즐거운 장면을 나는 떠올렸다.
- 이진서(시각장애 6급, 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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